전라북도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해
전라북도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해
  • 박민철
  • 승인 2013.03.2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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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8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부끄러운 일이지만 자살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0년 31.2명(전북 31.7명), 2011년 33.2명(전북 37.3명) 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노인 자살 증가율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자살률 증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2011년 하루 평균 42.6명(전북 1.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생명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인간의 가치가 경시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존중의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

왜 이렇게 자살이 증가하고 있을까? 그 요인은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겠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우선 경제적 어려움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 IMF이후 IMF는 잘 극복했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발전은 2만불 시대를 넘어서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빈부 격차는 더 심해졌고, 그래서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고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내가 제일 힘들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가치관의 변화이다. 돈과 물질을 중요시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1등 제일주의로 행복지수는 낮고 생명의 소중함이 등한시되는 문화가 되었다. 나아가 가족 지지체계의 약화이다. 부부와 자녀 한 둘이 살고 있는 핵가족화이고, 그래서 어려움을 같이 하고 나누는 가족들이 적어졌고 그러다 보니 어렵다고 이혼을 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부족해졌다. 비록 명예나 돈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가족들과 이웃과 어려운 마음을 함께 나누고 이겨나가면서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는 일찍이 없었던 생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생명 경시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으며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생명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데서 생긴 병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종교가, 문학가, 철학자, 의사, 생물학자 등은 각기 그들 나름대로 생명이라는 말을 중요시하고 자주 사용하지만, 생명에 대한 하나의 통일된 견해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그 이유는 생명의 본질이 워낙 깊고 넓어서 어떤 하나의 관점에서 간단히 다 표현할 수 없는 신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생명이 이 세상의 근본임을 부인할 수 없으며, 그러므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그 무엇보다도 중대한 일이라고 하겠다.

현대사회는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의 물질적 삶의 질을 상당 수준 높여 놓았다. 교통의 발달로 지구촌이 하나의 생활권이 되었고 각종 통신수단의 진보로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동시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물건의 대량 생산과 소비로 인해 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도시는 점점 팽창해지고 주거공간도 예전에 비해 안락해졌다. 외견상 인간은 풍요로움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조금만 깊이 살펴보면 상반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도입과 고도의 산업화 과정으로 인한 경쟁 및 물질 만능주의의 팽배로 인해 생명경시 풍조가 심화하였다. 또한 질서 의식의 붕괴로 도덕적 권위가 상실되는가 하면 다양한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인해 비행과 자살 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반생명적 사건들이 일어나는가 하면,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는 불량재료를 넣어 만든 식품을 유통한 대형 식품업체들도 있다. 주택과 교량 등 각종 토목건축의 부실공사, 돈만 되면 무엇이든지 하는 반도덕적 행위, 자신의 건강과 돈벌이를 위하여 보호동물과 천연기념물을 남획하고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

이와 같이 현대사회는 생명경시와 황금만능주의로 인해 생명존중 문화가 점차 상실되고 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도덕적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으며 사람대접, 인간존중과 생명존중의 구호는 물질적 쾌락과 감각적 욕망, 반인륜적 행위에 밀려나게 되었다.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물질적 부가 최고의 가치가 되어버리고 모든 사람들이 황금만능을 쫓게 되면서 기존의 중요한 덕목들인 ‘사랑’, ‘생명존중’, ‘배려’, ‘경애’ ‘함께’ 등의 가치는 영향력을 점차 잃게 되었다. 경쟁사회 속에서 전체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우선시 되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보다는 나의 이익이 중요하게 되었다. 나의 어려움이 가장 크고 힘든 어려움이 되었다. 어떤 위기에서도, 역경에서도 생명을 지키고, 어떻게든 극복하고 이겨나가야 하는데 그 힘이 나약해졌다.

생명존중에 대한 공감과 실천은 현 사회의 도덕적 성숙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생명, 기타 자연 생명체에 대한 생명존중 교육으로 생명에 대한 재인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일부 언론매체의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과 방영, 자연보호 캠페인 및 기독교나 천주교, 불교 일각의 생명보호운동 등 많은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캠페인이나 종교지도자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범 도민, 각계각층의 우리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학교 교육이 그 큰 몫을 담당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생명존중 교육이 이루어져서 개개인의 마음속에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사랑,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마음이 건강하고 마음이 행복한 전라북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민철<전북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원광의대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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