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로 가자!
사마리아로 가자!
  • 서정숙
  • 승인 2013.03.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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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은 친하지 않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경멸하고 사람 취급도 하지 않으며 사마리아인들 또한 유대인들이 편한 상대가 아닌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의 뿌리 깊은 반목의 관계를 역사를 거슬러 살펴보면, 기원전 998년경에 강력한 제국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이 죽은 후 아들 르호보암이 왕이 되자, 솔로몬의 자손들만 예루살렘이 있는 남쪽의 왕국 유다에 남겨 둔 채, 북쪽에 솔로몬왕의 심복이었던 여로보암이 10지파를 규합하여 이스라엘 왕국을 새로 세웠고 그 수도가 사마리아다. 후에 앗수르 군사에 의해 북 이스라엘은 멸망되고, 앗수르 왕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하고 수도 사마리아에 남아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과 다른 민족들이 결혼함으로써 혼혈 민족이 생겼는데 이때부터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을 이방인 취급하며 경멸하게 되었다.

또한, 기원전 323년경에 알렉산더 대왕이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죽게 되자, 알렉산더 대왕의 넓은 영토들은 그의 네 명의 부하 장군들에 의해 애굽, 수리아(시리아), 마케도니아, 비두니아로 나뉘어 다스려지게 되었다. 그 중 시리아가 이스라엘의 안식일을 틈타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성전을 파괴하고 주피터 신전을 세워 제우스신을 숭배하고 유대인들을 학대하였다. 예루살렘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을 때 혼혈 후손이자 절반은 유대인(a half Jewish)들이었던 사마리아인들은 자기들이 유대인이라거나 혹은 그들의 친척이라거나 예루살렘 성전이 하나님의 성전이라고 말하거나 주장하는 것을 단호히 거절하였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사마리아인들은 예루살렘 유대인들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게 되었고 끝없이 갈등하게 되는 반목의 역사를 반복하게 된 것이다.

그 후 수백 년이 흐른 기원전 2000년 경 예수님 시대에도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의 뿌리 깊은 반목은 계속되어 유대인은 여행할 때 훨씬 많이 돌더라도 사마리아 지역을 통과하지 않을 정도로 적대시하였으나, 예수님은 사마리아 지역을 돌아가지 않고 통과하셨고 제자들에게도 사마리아인에게 가라고 하면서 ‘선한 사마리아인’ 얘기를 들려주었다.

「사막에서 강도 만나 죽어가는 유대인을 사마리아인이 올리브유와 포도주로 응급조치를 한 다음 자기가 타고 가던 짐승에다 그 사람을 태워 인근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밤새도록 간호를 하고, 다음날 일찍 떠나면서 가지고 있던 돈을 여관 주인에게 다 주면서 잘 돌보아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리고 만약 경비가 더 들면 오는 길에 반드시 갚아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새벽길을 떠났다는 이야기이다.」

2000년 전 예수님 시대에도 부유하고 학식이 많고 다윗의 자손으로 자부심이 센 유대인들이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이민족의 피가 섞인 사마리아인들과 벽을 쌓았으며, 사마리아인들 또한 그런 유대인들이 편치 않았을 것이고 피하고 싶은 상대였을 것이다.

20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대인과 사마리아인들처럼 편이 갈라져 있다.

노(勞)와 사(社),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 많이 배운 사람들과 못 배운 사람들 등으로 편이 갈려 서로 벽을 쌓고 편치가 않으며, 서로서로 쉽게 화내며 미워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예수님은 사마리아를 돌아가지 않고 바로 통과하여 여행을 했고,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를 했으며,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나 제자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 얘기를 들려주면서 사마리아에 가라고 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유대인도 될 수 있고 사마리아인도 될 수 있다. 인간에게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처럼 우리는 상황에 따라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을 왔다 갔다 한다.

강한 이념 교육을 받게 된 유대인, 노조를 등에 업은 유대인, 권력을 등에 업은 유대인,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세력만 확장하는 유대인들이여!

가자! 사마리아로!

많은 사람이 있는 시장에서 큰소리로 기도를 드리는 유대인과 같이 가식적인 우리!

사마리아 지역 우물가로 가서 그들과 같이 발을 씻고 물을 서로 나눠 마시며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자.

서정숙<전주기전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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