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고 살 궁리 쪼깨 헐라고 그요. 사실언 이 년이 쩌그 함양의 주막에서 몇 달 있었는디, 웃녁이건 아랫녁이건 묵고 살기가 고달파서 팔량재럴 넘어왔소. 어찌어찌 묵고 살 방도가 없겄소?”
“내 주막에 있겄다고?”
주모가 새삼 옹녀 년을 찬찬히 살폈다.
“워낙이 게을러빠져서 부석 살림언 못 허요. 손에 물 묻히기도 싫고.”
주녀의 말에 주모가 요넌 보게, 하는 눈빛으로 쏘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허면 놀고 묵겄다는 속심이여?”
“그럴리가 있소? 아짐씨가 보시다시피 이 년이 얼굴은 매끄럼허게 안 생겼소? 속창아리 없는 사내덜얼 홀릴 수도 있고라, 어찌 어찌 잘만되면 사내 서넛 쯤은 앉은 자리에서 극락에 보낼 수도 있소.”
“술상 앞에도 앉을 수 있다는 말이제? 그 보다 더헌 짓도 헐 수 있다는 말이제?”
주모가 침을 꿀꺽 삼켰다.
“기왕지사 막가는 계집인디, 찬밥 더운 밥 개릴 것이 멋이다요?
밥이나 믹여주고 아랫녁이나 안 심심허게 맹글아주씨요.”
“꽃값언 어뜨케 허고?”
“꽃값얼 받아 부자되고 싶은 맴언 없소. 허나 공짜라면 양잿물도 쳐 묵는 것이 사람의 맴뽀인깨, 아짐씨가 그 동안 받은 만큼씩만 챙겨주씨요. 그 중에 세 깐언 아짐씨가 묵어도 좋고.”
“참말이제? 꽃값얼 나허고 나놔 묵겄다는 것이.”
주모가 조금 당겨 앉았다.
“흐따, 맨날 속고만 살아왔소? 보아허니, 아짐씨가 기운도 나보다 훨씬 셀 것 겉은디, 애랫녁 힘언 어쩔랑가 몰라도 웃녁언 아짐씨가 셀 것 겉은디, 약조럴 안 지키면 이년의 머리끄뎅이가 남아나겄소?”
“알았구만. 그런다고 내가 도체기넌 아닌깨, 꽃값언 걱정허덜 말랑깨. 마침 잘 되았구만. 젊으나 젊은 년이 하나 있었는디, 꽃장시가 안 된다고 여원재럴 넘어가뿌렀는디, 나 혼자 심심허기도 허고, 나허고넌 한 두 번씩 아랫녁얼 맞춘 사내들이 찌웃거리기만 허고 전대럴 안 풀어서 허기가 졌었는디, 어디 한번 잘 해보드라고이.”
주모가 손까지 덥썩 잡고 흔들었다.
“헌디, 어째 이리 조용허다요? 아무리 낮이라고넌 해도 손님이 너무 없소이.”
“해가 설핏해지면 불을 찾아 날아드는 부나방맨키로 찾아드는 사내덜이 있을 것이구만. 오입쟁이들일수록 새 계집 냄새는 기가맥히게 잘 맡는당깨.”
“그러요? 그건 그렇고 여그 주막에넌 날파리덜언 안 끓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