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 복원과 일본 구마모토성
전라감영 복원과 일본 구마모토성
  • 이동희
  • 승인 2013.03.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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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구마모토성은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성을 쌓은 자가 임진왜란 때 조선땅을 짓밟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이다. 그가 임진왜란 후 자신의 영지인 구마모토로 돌아가 7년에 걸쳐 축조한 성이다. 그는 축성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울산에 구마모토성과 유사한 서생포 왜성이 있다. 왜성들 중 동쪽 끝에 위치한 서생포 왜성은 임란 후 조선수군 기지로 활용되어 왜성 중 보존상태가 가장 좋다. 이 서생포 왜성을 축조한 자가 또한 가토 기요마사이다.

구마모토성에는 우물이 120개나 될 정도로 많고, 또 다다미는 고구마 줄기를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임란 때 가토가 성문을 닫고 굳게 지키다가 식수와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한다. 가토는 임진왜란 때 울산 서생포에 성을 쌓고, 이 경험을 토대로 구마모토에 대규모 성을 축조했던 것이다.

구마모토성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천수각 등 주요 건물은 본래의 건물이 아니라 현대에 복원된 것이다. 1877년 세이난[西南] 전쟁 때 원인모를 화재로 천수각 등 주요 건물이 소실되었다.

구마모토성 안의 몇몇 건물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성터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성의 상징인 천수각은 복원되었고, 2007년 축성 400년을 즈음하여 주요건물의 원형복원사업이 추진되어 영주의 생활공간인 혼마루어전이 2008년에 복원되는 등 여러 건물이 복원되었다.

천수각, 혼마루어전 등 복원 건물의 외형은 원형을 띄고 있지만 내부는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천수각 계단은 아예 현대식 계단 같다. 천수각 내부는 구마모토성과 관련된 여러 유물과 사진, 설명패널 등이 전시되어 있고, 꼭대기는 사방을 내다볼 수 있게 개방되어 있다.

구마모토성을 보면서 전라감영이 떠올랐다. 전라감영 복원의 경우 감영터인 구도청사부지 5천여평에 선화당과 내아 등 몇 채의 건물을 동편에 복원하고 서편에는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 국가문화재 사적(史蹟) 지정은 문화시설 건립에 제약이 따른다고 해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선 생각해 볼 점은 전라감영부지에 감영건물이 아닌 문화시설을 두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문화시설은 한옥마을에도 많다. 필요하다면 5천평 정도만 사적으로 지정하고 그 주변에 문화시설을 지을 수 있다. 본래 감영부지는 1만 2천평으로, 옛 도청사 부지 5천평은 본래 감영의 반절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지이다. 그런데 그 감영터에 문화시설을 조성해야 하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전라감영의 효과적인 복원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더 지속적이고 큰 가치를 가지는 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5천평 부지 한편에 선화당 등 감영건물 몇 채를 복원하고 또 한편에 문화시설을 둔다면 감영으로서 위상을 갖추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문화관광적 가치도 반감될 것 같다.

전라감영부지 1만 2천평 전체를 국가 문화재로 지정하고 전체 복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어 있는 감영터 5천평만이라도 사적지정을 받아 문화유산적 가치를 높이고, 이만큼만이라도 감영건물을 건립하여야 전라감영의 역사성과 특색이 살아나 문화관광적 가치를 높이는 길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타도의 감영복원 실패 사례가 전라감영복원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전라감영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타도와는 입지조건이 다르다. 전라감영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한옥마을에 인접해 있다. 경기전 서문에서 몇백 미터만 가면 전라감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라감영 건물을 빈 건물로 두지 말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감영건물을 복원하고 감영 박물관 내지 전시관으로 활용하면 된다. 국가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복원된 감영건물을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물 안에 진열대를 배치해 전시실을 꾸밀 수 있다.

전시와 함께 건물 안팎에서는 체험프로그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작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경기전 부속건물 체험프로그램으로 빈집 같던 부속채 건물과 주변 공간들이 살아나고 있다. 한옥마을에 부족한 건물 밖 체험공간으로 전라감영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전국에 감영박물관이 아직은 없고, 지방자치제 하의 지방관아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감영건물을 복원하고, 조선시대 지방통치체제를 보여주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빈건물만 있는 타도 감영과는 다를 수 있다. 또 5천평에 전라감영이 복원되면 규모면에서 타도와 달라 감영으로서 최소한의 위상과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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