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39>살방애에 열두번 극락
가루지기 <539>살방애에 열두번 극락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3.05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 옹녀의 전성시대 <17>

주모의 말에 옹녀가 눈을 새치롬하게 뜨고 쏘아보며 한 마디 툭 던졌다.

“사돈 넘말허고 있소이. 아짐씨야말로 몸에서 음기가 폴폴 풍기요. 그 음기로 사내 여럿 절단 냈겄소.”

“흐흐, 내 속에 들어앉았다 나왔는갑네.”

주모가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아이구구, 허리야, 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주먹으로 옆구리를 툭툭 두드렸다. 어제 서방님의 단단한 살몽둥이로 얻어맞은 뒤끝이려니, 믿은 옹녀가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아무리 오다가다 만난 사이라고는 해도, 서로가 서로간에 아랫녁 일은 간섭하지 않고 살기로 했어도 서방님과 아랫녁을 맞춘 계집이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기분이 영 지랄같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 일을 입에 올려 주모와 언성을 높일 일도 아니었다. 자칫 자기가 산내골 변강쇠의 아낙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죽도 밥도 다 놓치게 될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아랫녁 재미는 재미대로 보면서 정사령 놈을 꼬드겨 서방님한테 해꼬지를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일단은 주모와 사귀어놓아야 했다.

“젊으나 젊은 아짐씨가 허리가 아프단 걸 본깨, 살방애 한번 야물딱지게 찌었는갑소이. 서방님이 기운이 장사인 모냥이제라?”

옹녀가 나도 알 것은 다 안다는 투로 말하자 주모의 눈에 대번에 물기가 고였다.

“장사넌 장사제. 내 주모로 십수년얼 살았고, 사내라면 아랫녁이 닳고 닳도록 만냈지만, 그런 사내넌 첨이랑깨.”

‘아짐씨가 어지간헌 살방애에 넌 끄덕도 안 헐 것 같은디, 아짐씨럴 녹초로 맹근 것얼 본깨 대단했던 갑제라?“

“하먼 대단했제. 그 사내허고 살방애럴 찌면 하룻밤에 열두번도 극락얼 갔다온당깨.”

“그 사내가 어디 사요? 이년헌테넌 사흘에 보리죽 한 끼도 못 묵은 사내만 걸리는디, 그 사내럴 이 년도 쫌 만나게 해주씨요.”

옹녀가 침까지 꿀꺽 삼키며 달라붙자 주모가 엉덩이짓으로 물러앉으며 손을 홰홰 내저었다.

“그런 소리 말어, 원래가 맛 있는 음석언 숨겨놓고 혼자만 묵어야허는구만. 나 묵을 것도 모잘라는디, 넘헌테 나놔줄 것이 어딨어?

글고, 그 사내럴 탐내는 계집이 어디 한 둘이간디? 다행이 사는 곳얼 몰라서 글제, 알기만허면 찾아갈 계집덜이 수두룩허구만.”

“호호호, 잘 나기넌 잘 난 사냅갑소이. 헌디, 주막 사정언 어떻소?”

옹녀가 말꼬리를 돌렸다.

“주막 사정언 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