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538>조였던 아랫도리 풀고
가루지기<538>조였던 아랫도리 풀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3.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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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16>

“어? 어? 왜 이러냐? 내가 움직일 수가 없구나.”

“왜라? 왜 그러시오? 내동 밭얼 잘 갈다가 연장얼 멈추시오.”

옹녀 년이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이상허구나. 내가 꼼짝얼 못하겠구나.”

이생원의 목소리가 갑자기 두려움에 잠겼다. 오입깨나 해 보았지만, 계집의 배 위에서 그런 꼴은 또 처음인 것이었다. 이생원이 몇 번 엉덩이를 뒤로 힘껏 빼보았지만, 한번 단단히 박힌 연장은 밭고랑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백혀도 단단히 백혀뿌럿는갑소. 큰 일 났소. 내가 귀가 짧기넌 허요만 쩌그 어디서 들은깨, 사람 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고 그럽디다. 사내허고 계집허고 그 짓얼 허다가 사내의 연장이 안 빠져서 의원얼 불러 침얼 맞고 빼냈다고 그럽디다.”

옹녀 년이 아랫도리를 더욱 단단하게 조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큰 일이 아니더냐? 이것 우세를 단단히 살 것이 아니더냐?”

“어디, 나리 혼자만 우세럴 사겄소? 아, 어떻게 기운 쫌 써보씨요. 먼 남정네가 그리 히말때기가 없소. 참말로 의원 영감을 부르라고 허끄라?”

옹녀 년이 장난을 그만 쳐야겠다고 작정하며 소리를 높였다.

“아, 내가 빼기 싫어서 안 빼고 있냐? 이놈이 도통 빠질 생각을 안하니까 그러제. 거참, 요상시런 구녕도 다 있구나.”

이생원이 엉덩이를 좌우로 놀리며 들썩거렸으나 물건은 빠질 생각을 안했다. 그때였다 옹녀는 사내의 연장이 슬며시 수그러드는 것을 느겼다. 그것은 사내가 겁에 질렸다는 뜻이었다. 옹녀 년이 꽉 조였던 아랫도리를 조금 풀고 살집을 움죽거리다가 사내의 연장을 밖으로 밀어냈다. 그 순간 사내가 얼른 엉덩이를 치켜 들었다. 연장이 밭고랑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어윽어윽 비명을 내지르며 방바닥에 질펀하게 방사를 했다.

“그 아깐 것얼 방바닥에 싸뿌렀소?”

옹녀 년이 빈정거렸으나, 이생원은 아무 말도 못했다. 숨만 씩씩거릴 뿐이었다.

밖에서 듣고 있었는지 주모가 물었다.

“나리, 술상을 들이끄라?”

역시 잡년은 잡년을 알아보기 마련이었다. 뜨끈한 장국밥 한 그릇을 코끝에 땀방울까지 송글송글 매달면서 맛 있게 비워낸 옹녀가 소매끝으로 콧잔등을 훔치며 싱긋 웃자 인월 삼거리 주모가 엉덩이를 움직여 조금 당겨 앉았다.

“눈 밑에 그늘이 지고 눈동자가 물기에 촉촉히 젖은 것얼 본깨, 사내 없으면 하룻밤도 못 살 계집겉은디, 어디서 굴러묵다 온겨? 팔령재럴 넘어온겨? 아니면 여원재럴 넘어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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