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무리한 기대
평범하지만 무리한 기대
  • 엄혁용
  • 승인 2013.03.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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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막을 내리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정권교체 시기에는 인사가 문제다. 옛 인사도, 새 인사도 말이 많다. 왜 늘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는가를 생각할 때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참 많다. 특히나 재계, 학계, 정치계에는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인재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으나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불미스러운 기사들을 접하다 보면 ‘덕승재’라는 말이 떠오른다. 재주가 덕을 앞지르지 못하게 하고, 덕이 재주를 앞서게 하라는 이 말은 현재 상황에 대비해 볼 때도 재주가 덕을 넘으면 아무리 재주가 좋고, 능력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인생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큰 화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굴곡 많았던 근대사를 돌아보면 경쟁이야말로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만큼 성공지상주의였다. 다들 모로 가도 서울로, 서울로 가다보니 내 삶의 덕, 타인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사치였을까. 개천에서 용의 탄생이 가능했던 시대에는 성공을 향해 달리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면 지금은 극도의 불안시대다. 나의 의식주가 위협받지 않았으면, 내 자식 가르치기에 큰 부족함이 없었으면, 나의 노후가 극단적으로 비참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막연한 불안감 속에 다른 형제들 살림살이까지 보탤 여력이 없다.

지난 정부 5년간 20대 재벌그룹의 총 자산규모가 7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 저소득층 엥겔지수는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이 성장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기업의 이윤 가운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뜻하는 노동분배율이 낮기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시대 이후의 고도의 성장이 분배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이처럼 깨져버렸다. 성장을 필요로 했던 이유는 분배를 하기 위해서였다. 분배를 할 만큼 성장했기에 이제는 나누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까지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만큼의 민주주의는 발전되었다고 믿고 싶고 내 형제일 수 있는 가장 낮은 자가 나의 작은 노력을 조금이나마 나눠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도 젊은 날, 나만의 재주를 빛내고 싶어서 앞만 보며 몸부림치며 살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천의 나이를 넘다보니 한 사람의 삶의 그릇의 가치기준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내 자신만의 이익추구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사람으로 시작하여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과 도움을 주었는가가 될 것이다.

눈과 귀를 막고 앞만 보고 달리면 다른 이가 보이기는커녕 내 자신도 보이지 않는 방향 잃은 전차가 되고 만다. 국민의 기대와 우려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하였고 많은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되었다. 관심을 기울이며 지켜보는 많은 이들에게 약속과 원칙이라는 단어의 뜻을 새로 쓰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 법을 준수하고 사욕이 아닌 공익을 우선하는 기본적인 기준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좀 더 희망을 가져본다면 좋은 재주를 가지신 높으신 분들이 부디 덕승재하시어 그 재주가 쓸모가 많아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엄혁용<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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