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은 개학식이 아닌 계약식
입학식은 개학식이 아닌 계약식
  • 남궁문
  • 승인 2013.03.0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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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올 겨울도 따스한 봄기운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두터운 외투에 목도리까지 중무장한 사람들이 대부분 길거리를 누비고 있었는데, 요 며칠 사이에는 사람들의 옷맵시가 한층 가벼워져 가는 것을 느낀다. 이는 봄기운에 밀려서 살그머니 뒷걸음질 치는 겨울 기운 탓도 있겠지만 “새로운 세상과 희망에 부푼 세계로”의 도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 새내기 신입생들의 기운도 한 몫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3월 초는 누가 뭐라고 해도 새내기 신입생들의 입학 시즌이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들의 교육과정 속에서 한 단계 한 단계 계단을 오르는 학생들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계단으로의 발걸음을 내딛는 새내기 신입생들과 학부모들 모두가 함께 하는 희망과 기쁨, 그리고 기대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긴장과 초조함, 처음 가보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자식을 입학식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아마도 “우리 자식이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잘 하고 학업에도 충실하여 졸업할 때는 원하는 목표와 성과를 달성하겠지 하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가르쳐줄 것”으로 믿고 보낼 것이다. 또한 입학을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교육과 생활에 충실하여 나의 꿈을 이루도록 이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입학할 것이다.

그럼,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학교의 입장은 어떠한가? “입학하는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들어와서 잘 생활하고 학생이 원하는 목표와 성과를 달성하도록 잘 지도하고 교육하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은 “입학하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교육도 잘 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겠다”라는 마음을 품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입학식에서는 입학하는 학생들의 실력, 형편, 가정환경, 성품 등에 대한 아무런 차별이 없이 모두가 동등하고 소중한 존재로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이 같은 목표와 생각을 가지고 상호 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약속을 하는 소중한 행사라고 생각한다. 학교 입학식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서로의 손을 잡고 아니 문서에 서명을 하면서 직접 약속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의 사랑스러운 자식들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정성으로 교육을 시키겠다고”하는 서로의 약속과 다짐을 하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입학식은 일상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그저 치루기 위한 행사가 아닌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어떠한 환경과 조건에서도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과 최선의 노력으로 잘 교육시키고, 교육을 잘 받겠다”라고 하는 계약식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입학식이 잘 이루어고 졸업 후에 자신이 목표로 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정성스런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또한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자신의 진로와 미래의 희망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이라는 것은 한쪽만의 노력이 아닌 쌍방향으로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서로의 기운이 통할 때만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와 학생 모두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년 새내기들의 입학식에 참석하면서 가정에서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한 학생 한 학생의 눈망울과 마주하면서 “그래 오늘부터 우리 학부모님들과 학생들과 무언의 계약을 지키도록 노력하자”를 뇌리에 새기곤 한다. 그리고 새 학기가 되면서도 다시금 입학식에서의 느낌을 마음을 되새기면 마음이 새로워지고 학생들과의 만남에서도 생기가 돋아난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 지금 학부모, 학생, 선생님들 모두 입학식에 대한 문화와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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