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과 그 대책
청소년 자살과 그 대책
  • 김선남
  • 승인 2013.02.2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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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로 많은 청소년들이 삶의 포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2012)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2년 7월까지 723명의 초중고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하루걸러 한 명꼴로 자살을 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숫자가 이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청소년 4명 가운데 1명이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1)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청소년 비율은 전체 조사 대상자 중 23.4%에 달하였다. 이 중 14.4%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실로 안타깝고 염려스러운 상황이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은 지난 10여 년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져 왔다. 2000년 6.3명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8.3명으로 높아졌다. 이렇게 상승하는 청소년 자살률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청소년들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자살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철저한 분석을 간과하고 자살원인을 성격적 결함이나 충동적 선택 등과 같은 제한된 영역에서 찾게 되면 우리가 애써 마련한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우종민 인제대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청소년의 자살에 미치는 영향력은 학업이나 성적스트레스가 클 것이라는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공부보다는 부모, 친구 간 관계 스트레스가 크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자살원인에 대한 이해와 충동적인 청소년자살의 특성을 고려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도 청소년 자살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 7월까지 자살한 723명의 초중고학생들 가운데 11.6%(84명)만이 성적 비관을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절반이 넘는 52.3%(378명)는 성적과는 무관한 가정불화 등 가정문제, 세상살이 비관 등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사회사상가인 뒤르껭(Durkheim)은 <자살론(suicide)>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자살을 개인차원이 아닌 사회구조 차원에 입각하여 설명할 때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에 의하면, 자살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압력(social pressure)’에 의해 강요된 선택이라고 한다. 즉, 자살은 사회적 결과이다.

10대 청소년들이 가정문제나 집단따돌림 때문에 그리고 대학졸업생들은 구직난이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한다는 사실은 자살원인에 대한 규명을 사회구조적인 차원과 맞물려 시도해야 한다는 점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다시 말해, 청소년들은 그들이 사회에 완전하게 통합되지 못했을 때 자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청소년들이 자살하는 이유를 규명하고자 할 때 사회구조적인 차원으로 눈을 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들어 청소년 자살 방지대책에 관한 논의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반가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종사자의 한마디가 청소년 자살 방지대책의 방향을 명료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그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규정한 제도와 체제에서 교육을 받고 관계를 맺고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들이 삶 대신에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이런 제도와 체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청소년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원인들은 소외와 폭력으로 대별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소외와 폭력을 고치기 위해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지난 대선당시 각 정당의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대책을 제시한바 있다. 박근혜 후보도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조성, 학교 밖 위기학생 보호를 위한 안전망 구축, 교사 상담능력 강화, 상담교사-지역사회 연계 통한 사례관리 시스템 구축, 부모교육, 또래관계 회복 위한 방과 후 지원프로그램 강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청소년 자살이 병든 미래의 징후라는 점을 인식하고, 공약한 것처럼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주기 바란다. 우리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원광대 김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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