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34>할아버지 연장같이....
가루지기 <534>할아버지 연장같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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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12>

“하이고, 무리허실 것언 없는디요이.”

주모가 속은 놀놀하면서도 잔뜩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닐쎄, 이것은 사내의 약조일쎄. 자네도 알다시피 사내한테는 연장이 목숨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죽은 줄만 알았던 그 놈이 살아나서 내가 펄펄 날듯이 팔령재를 넘어왔데. 헌데, 그 놈이 못 쓰게 되었으니, 내가 미치고 환장할 일이 아닌가? 어떻게든 이놈한테 일만 시켜주게. 내 약조는 지킴세.”

“이년도 그리되었으면 좋겄구만요.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이년언 허리럴 꼼짝도 못허니, 나리의 원얼 풀어디릴 수도 없고, 인자는 죽으나 사나 옹녀 그 년만 믿을 수 백이 없구만요. 옹녀야, 이년아. 니년도 나리 말씸 잘 들었제? 나리의 원얼 못 풀어디리면 니년언 오늘루다 내쫓아뿌릴 것인깨, 열과 성을 다허그라.”

“알았소. 방안 걱정언 허덜말고 안주나 잘 맹글아 오씨요. 바람 들어오요, 문 닫으씨요.”

옹녀 년이 주모를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싱긋 웃고는 이생원을 향해 돌아 앉았다.

“나리, 밭이 부드러우면 연장이 부실해도 잘 갈 수 잇을 것이며, 밭이 돌너들겅이면 연장이 아무리 튼튼허다고 해도 밭얼 못 갈 것이요. 헌깨, 너무 걱정허지 마씨요. 이년이 목을 내놓고 나리헌테 약

조를 디립지요. 어뜨케던 밭얼 갈게 연장얼 세울 것인깨, 맴얼 푹 노씨요. 으쩌실라요? 안주럴 맹글라면 시간이 솔찬히 걸릴 것인깨,

한바탕 허고 술얼 묵으끄라? 아니면 손장난이나 치다가 술얼 묵고 이부자리 깔고 허끄라. 어뜨케던 나리의 연장이 일만허면 안 되는기라?”

옹녀 년의 말에 이생원이 입맛을 쩝 다셨다.

“술이사 날이면 날마다 마시는 것이 아니드냐? 일얼 언제 치루건 연장이나 세워보그라.”

“나리의 원이 그렇다면 그리헙지요.”

말끝에 옹녀 년이 사내의 가슴을 열고 앙징맞은 녹두알을 입으로 잘근잘근 깨물었다. 사내가 흠칫 어깨를 떨었으나 그 뿐이었다. 계집의 손 안에서도 사내의 연장은 도무지 날을 세울 줄 몰랐다. 아니, 손바닥에 아주 가늘게 한번 꿈틀하는 느낌이 왔을 뿐 고개를 들 낌새는 아니었다.

“이년이 보기에 안즉 쉰 줄에도 안 앉은 것 같은디, 야가 어째서 이런다요? 야만 보면 환갑 넘은 할아부진 줄 알겄소.”

“그래서 내가 죽을맛이라고 안 했냐?”

“나리가 아매 야럴 함부로 막 써묵었는갑소. 힘팽팽헐 때 뒷날 생각않고 막 써묵어뿌렀는갑소.”

“그랬는지도 모르제. 한 때는 함양 인근에서 소문이 자자했었으니. 내 물건이 최고라고 주막 계집들이 환장을 했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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