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31>아랫녁 송사는 동할 때
가루지기 <531>아랫녁 송사는 동할 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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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9>

“흐참, 괜찮대도 그러느냐? 꼬리헌 냄새가 외려 사내럴 환장허게 맹근다는 것을 모르느냐? 그러고 보니까, 네가 얼굴은 반지르해도 색은 잘 모르는구나. 쇠는 달구어졌을 때 내려쳐야허고, 아랫녁 송사는 동했을 때 해야헌다는 것을 모르느냐? 네가 뒷물허는 사이에 내 물건이 고개를 숙여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아니더냐?”

“연장이 무디어지면 대장간에 보내면 되제요. 잠시만 기다리시요. 주모 아짐씨보다 못허지는 안 헐 것이요.”

옹녀 년이 자꾸만 주저 앉히려는 이생원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주모가 뒤곁으로 끌고가며 한 마디 했다.

“적당허니, 받아주제 그냐? 어채피 오입허자고 온 사낸디. 술을 묵기 전에 허면 어떻고 술얼 묵고 나서 허면 어떻냐?”

“이년이 찜찜해서 그요.”

“찜찜허기넌 머시 찜찜해? 사내 물건이 니 거시기가 깨깟헌 줄얼 안다냐? 냄새가 풀풀 충기는 줄얼 안다냐? 이생원이 다른 것은 다 좋은디, 한번 고개를 들었던 물건이 어찌어찌 고개를 숙이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가 힘이등깨 글제.”

“연장이 물렁쇠로 맹글아졌는갑소이.”

옹녀가 툭 내뱉고 거기 나무 함지박에 물을 한 바가지 퍼서 깔고 앉아 대강 아랫녁을 씻었다.

“뒷방 있제요?”

뒷물을 마친 옹녀가 무명수건으로 슥슥 문질러 닦으며 물었다.

“뒷방은 왜?”

주모가 눈을 크게 떴다.

“안직은 벌건 대낮이고, 밥손님에 술손님이 들락일 것인디, 안방에서 분탕질얼 칠 수는 없잖소?”

“흐긴, 니 말이 맞다. 허면 뒷방으로 가그라. 내가 이생원얼 보낼 것인깨. 헌디, 너 정말 자신있냐? 이생원이 물렁쇠 연장일망정 한번 일어서면 한나절은 간다이.”

“그런 것언 걱정허지 말고라. 이생원이 손언 넉넉허요? 꽃값언 안 애끼요?”

“그건 왜?”

“그걸 미리 알아야 쓰겄구만요. 어채피 나 좋자고 허는 짓이 아닐바에야 품삯이라도 넉넉히 받아야제라.”

“품삯이라고?”

“연장이 물렁쇠라고 헌 것얼 본깨, 내가 즐겁기넌 어채피 틀린 것 같애서 그요.”

“즐겁고 안 즐겁고넌 니 년 하기에 달렸제. 그것이 어디 꼭 사내만의 몫이더냐? 암튼지 돈 걱정언 허덜 말그라. 내가 이생원이 사는 집꺼정 알고 있응깨. 전대가 비면 받으러 가면 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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