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30>함양에서도 소문난 물건
가루지기 <530>함양에서도 소문난 물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2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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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8>

“흐긴, 그렇구나. 꽃이면 어떻고 나비면 어떻냐? 어차피 꽃과 나비는 한 몸인 것을.”

이생원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며 옹녀 년을 끌어당겼다.

못 이긴 체 쓰러져 주면서 옹녀 년이 사내의 사타구니를 슬쩍 덤듬어보았다. 밭을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연장을 확인해 본 것이었다.

새 계집에 대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욕심이었을까, 사내의 연장은 벌써 고개를 든 채 날을 세우고 있었다.

“하룻밤에 열두 번 극락에 갔었다는 주모 아짐씨 말씸이 맞는갑소. 이만헌 연장이면 논얼 열마지기라도 갈겄소, 이녁밭 다 갈고 넘의 밭얼 갈로 댕겨도 쓰겄소..”

실상은 그동안 만나왔던 사내들에 비해 특별할 것도 없는 사내의 물건을 놓고 옹녀 년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사내들이란 그랬다. 시원찮은 물건이라고 에, 이런 걸로 어찌 밭을 갈겠소? 하고 나가면 더욱 주눅이 들어 쟁기날을 땅에 박기도 전에 고개를 숙여버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시원찮은 물건일망정 놀란 체, 그런 잘 생기고 튼튼한 연장은 처음이라는듯 호들갑을 떨어주면 제 물건이 정말 그런 걸로 믿고 의기양양, 비록 거죽만일 망정 밭을 갈아보겠다고 힘을 쓰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꽃값이 약조한 것보다 두 배는 더 나왔다. 사내는 그만큼 속이 없는 짐승이었다.

“흐흐흐, 니가 멀 아는구나. 내 물건이 함양에서도 소문난 물건이니라. 서로 밭을 갈아달라고 줄을 서 있니라.”

“그러겄소. 이년도 숨이 컥 맥힌 것이 아랫녁에 불이 붙었는갑소.”

“허면 시방 밭얼 갈아뿌리끄나?”

“안즉 초장인디요. 아무리 바빠도 바널 허리에 매서는 못 쓰는 벱이지요.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절차가 있는 벱이지요.”

“술값허고 화대를 말하는 것이냐? 내가 인월 삼거리 주막을 들락인 것이 십 년이 돼간다만, 한번도 술값이나 꽃값을 가지고 주모하고 샐갱이 한 일이 없니라.”

이생원이 정색을 했다.

“누가 그런다요? 급히 묵는 밥이 체헌깨 글제요. 쇠털겉이 많은 날인디, 바쁘게 서둘 것이 멋이다요? 서나서나 허십시다. 잠 자고 일어나서 뒷물도 안 했구만요.”

옹녀 년이 말할 때였다. 부억으로 난 작은 문이 열리고 주모가 얼굴을 디밀었다.

“옹녀야, 너넌 다른 걱정언 말고 이생원나리가 허시자는 대로 허그라. 귀허고 귀헌 손님이시다. 내가 허리만 안 아프면 니 차지가 되겄냐?”

“알겄소. 아무리 그래도 뒷물언 해야지라. 이년이 껄쩍지근해서 그냥언 손끝 하나 받아디릴 수가 없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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