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28>기기묘묘한 속살 구경
가루지기 <528>기기묘묘한 속살 구경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26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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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6>

옹녀 년이 이럴까 저럴까 궁리를 하고 있는데, 갓을 쓴 사내 하나가 사립을 들어섰고, 주모가 벌떡 몸을 일으키다가 아이구구, 하며 주저 앉았다. 주모가 서두는 폼이 보통 사내는 아닌 모양이었다.

“주모, 주모 있는가?”

갓 쓴 사내가 망설임도 없이 방문 앞까지 다가와 고함을 질렀다.

주모가 문을 열고 눈으로 활짝 웃었다.

“하이고, 이것이 누구시래요? 함양에 사시넌 이생원이 아니신가요?”

“날 알아보겄는가?”

함양의 이생원이 물었다.

“이년이 어찌 이생원을 몰라겄십니껴? 하룻밤에도 열두번이나 이년얼 쥑였던 이생원을 모르겠십니껴? 어서 들어오시씨요.”

주모가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털썩 주저 앉았다. 그 모습에 함양의 이생원이 눈을 크게 떴다.

“주모, 어디 아픈가?”

“허리럴 쪼깨 다쳤구만요. 칙간길에 발목얼 삐끗했는디, 엉뚱허게 허리가 아프구만요. 어서 들어오씨요. 생원 나리의 술시중언 들 수 있응깨요.”

“내가 자네의 술시중이나 받자고 온 줄 아는가? 술시중 들 계집은 함양에도 많네. 나넌 그것보다는 자네의 기기묘묘한 속살 구경을 하러 온 것이란 말일쎄.”

얼굴에 개기름이 번드레하고, 눈알을 살살 굴리면서 말은 주모와 나누면서도 눈길은 제 년 쪽을 흘끔거리는 사내의 모습에 옹녀 년이 속으로 흐 웃었다.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은 것이었다. 산내골로 돌아가는 것 보다는 함양에서 왔다는 이생원이라는 사내와 노닥거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제 년이 나설 처지가 아니란 것을 옹녀 년도 잘 알고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방바닥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체 했다.

“언제넌 이 년이 속살이라고 애낍디까? 이년도 나리와 속궁합얼 한번 맞추고넌 종종 쌩각했구만요. 생원나리만큼 쓸만헌 연장도 근동에넌 두물고라.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설마 생원나리의 연장얼 놀려서야 보내겄소? 당최 걱정허덜 마시고 들어오시나 허시씨요.”

“내가 자네 말얼 믿고 들어감세. 팔령재 한번 넘기가 보통 맘으로 안 되는 것을 자네도 알고 있제?”

“알다마다요. 아, 이것아 멋허냐? 생원 나리럴 안으로 뫼시지 않고.”

주모가 애꿎은 옹녀 년한테 눈을 흘겼다. 방으로 들어 와 아랫목에 앉으면서 이생원이 다시 찬찬히 옹녀 년을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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