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27>음전네가 색골?
가루지기 <527>음전네가 색골?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25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 옹녀의 전성시대<5>

“나도 그것이 걱정이요. 그 짜구가 먼첨 강쇠 총각얼 찾으면 그 길 끝장인디, 강쇠 총각의 목심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진디, 이 일얼 어째사 스까 모르겄소.”

음전네가 한숨을 내쉬었다. 주모가 옹녀 년을 돌아보고 싱긋 웃고는 말했다.

“헌디, 사령 나리가 어째 오널언 조용허네. 펄쌔 열두번도 더 들락였을 것인디.”

“운봉에 갔소. 아매 사나흘은 못 올 것이요.”

“그래? 내가 안 귀찮해서 좋겄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가꼬 애먼 나만 닥달했는디.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넌 강쇠 총각이 간 곳얼 모른깨, 음전네가 알면 나헌테도 꼭 알려주라고이. 음전네가 먼첨 묵고, 묵다 남치기넌 나럴 주라고이.”

주모가 한 술 더 뜨자 음전네가 긴가민가 하면서도 엉덩이를 뗐다.

“아짐씨도 도체기맨키로 혼자 묵을라고 허지 말고 나놔 묵읍시다이.”

음전네가 그런 말을 남기고 사립을 나갔다.

“중이 괴기 맛얼 보면 절간의 빈대새끼가 안 남아난다고 허등만, 꼭 그 짝이랑깨. 그 음전허던 음전네가 사내맛얼 알고는 눈이 홰까닥 돌아뿌렀당깨. 아까막시 보았제? 음전네의 눈이 절반언 안 돌아있등가?”

“원래 얌전헌 굉이가 부뚜막에넌 먼첨 올라간다고 안 했소? 아매도 아까 그 아짐씨가 속으로넌 색골이었는갑소.”

“색골?”

“안 그러면 오다가다 한 번 만낸 사내헌티, 저리 목얼 매달겄소”

옹녀 년의 말에 주모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구만. 어떤 계집이라도 강쇠 총각허고 한번만 아랫녁얼 맞추면 안 미치고넌 못 배길 것이구만. 내가 꼭 음전네 짝이었당깨. 강쇠 총각얼 찾아 미친년맨키로 지리산얼 헤맸당깨.그나저나 당분간언 우리 주막이 잠잠허겄구만, 정사령 놈이 운봉에 갔당깨. 덕분에 강쇠 총각의 목심줄도 며칠언 더 갈 것이고.”

주모의 말에 옹녀는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사령이 오지 않는다면 구태여 인월 삼거리 주막에서 진을 치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인월 주막에 온 것은 순전히 정사령을 잡기 위해서가 아닌가? 사내라면 강쇠 하나로도 족했다. 먹고 살 일도 역시 아직은 쌀가마니라도 남아 있었다.

‘차라리 산내골로 돌아가뿌리까? 손님도 없는 주막에서 주모의 눈치를 보면서 천덕꾸러기 노릇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