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21>확을 조였다 풀었다하면서
가루지기 <521>확을 조였다 풀었다하면서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2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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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92>

“초상이 났다고?”

“그랬다고 그럽디다. 술맛이 싹 달아납디다. 병 든 서방님 드리겠다고 묵다남은 닭괴기럴 싸가지고 이십리 길얼 터덜터덜 오는디, 내 맴이 그리 팍팍헐 수가 없었소.”

옹녀 년이 또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시럽구만. 얼굴 예쁘고 맴씨고운 임자가 서방 하나 잘못 만내서 못 헐 일얼 허는구만. 허니, 조선비 일언 잊어 묵세. 자네가 몸으로 안 벌어도 우리 두 입 건사 못허겄는가?”

강쇠 놈이 잔뜩 심란해 있을 옹녀 년을 위로하려고 허리를 끌어당겼다. 속없는 거시기 놈이 주인의 뜻을 눈치채고 부시시 고개를 들었다. 옹녀 년의 손을 끌어다 거시기 놈을 잡혀주었다.

“보게, 이 놈도 자네를 반기는구만.”

강쇠 놈의 말에 옹녀 년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징허기도 허요. 엊저녁부텀 살방애럴 그리 찧고도 또 껄떡대요이. 이녁언 천하장산갑소. 그 기운언 알겄응깨, 그만 껄떡대라고 허씨요.”

“섭허구만. 이놈의 성의를 어찌 껄떡댄다고 허능가? 글고 낮에 인월주모허고는 거짓꼴로 했당깨. 계집이 우에서 혼자 떡얼 쳤당깨. 나넌 싸질르지도 안 했구만.”

“고맙소. 서방님의 허리럴 생각허고 맴에 없는 소리럴 했소.. 이년도 시방 맴이 싱숭생숭허요. 조선비허고 손장난만 치다가 말았소. 아랫녁이 껄쩍지근했는디, 한번 풀어보끄라우?”

“이 몸언 임자 것이구만. 쌀마 묵든디 꿔 묵든지 임자 맴이랑깨.”

“허리넌 괜찮겄소? 인월 주모맨키로 나도 우로 올라가까요?

“허면 글든지.”

강쇠 놈이 몸을 반듯이 눕혔다. 옹녀 년이 눈을 반짝이며 내려다 보다가 몸 위에 몸을 얹고 바지를 발끝으로 잡고 쭉 훑어 내렸다.

‘하이고, 내 팔자야.’

강쇠 놈이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방아고를 확 속에 집어넣으며 옹녀 년이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좋소. 참으로 좋소. 이렇게 석달 열흘만 살았으면 좋겠소.”

“그러소, 그러소. 임자가 그러고 있응깨 나도 좋구만.”

강쇠 놈이 거시기를 움죽거렸다. 옹녀 년이 확을 조였다 풀었다하면서 화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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