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19>색에 미치면 말릴 사람 없어
가루지기 <519>색에 미치면 말릴 사람 없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19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상견례 <90>

언제 정사령 놈이 들이 닥칠지 어찌 안다요? 이녁의 가심팍에 창날얼 꽂을지 어찌 안다요?”

그런 말을 하는 옹녀 년의 눈꼬리가 찢겨올라가면서 눈빛이 번들거렸다.

“글면 안 되제. 나야 정사령 놈의 창날에 찔려 죽어도 상관없제만, 혼자 남을 임자럴 생각허면 내 가심이 찢어진당깨. 인월 주모가 돌아간 담에 내가 그 생각 땜에 많이 심란했구만.”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단도리럴 해야제요. 서방님언 걱정허덜 마시씨요. 내가 어뜨케던 정사령 놈얼 만내가꼬 서방님 곁에 얼씬얼 못허그로 맹글 것인깨요.”

“그놈얼 반병신만 맹글아도, 허다못해 허리가 팍 내려앉은 앉은뱅이럴 맹글아 뿌러도 될 것인디.”

제 년과 아랫녁 송사를 벌이는 사내들은 모두 고태골로 가더라는 옹녀 년의 말을 떠올리며 강쇠 놈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닌게 아니라 옹녀 년이 마음 먹고 덤벼든다면 그 낯색, 그 말씨에 넘어가지 않은 사내는 없을 것이었다. 일단 사내가 옹녀 년의 치마폭만 들추게 만들면 일은 다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옹녀 년이 마음 먹고 아랫녁을 놀리면 사내는 고태골로 가든지 아니면 허리병신이 될 판이었다.

“임자 덕분에 내가 목심얼 부지헐랑갑네. 정사령 그 놈이 반고자라고 허등만.”

“반고자요?”

옹녀 년이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랫녁이 부실허당구만. 잠깐 섰다가도 패그르 죽어뿐지기도 허고, 아예 첨뿌터 고개럴 안 들기도 허고. 헌깨, 임자가 특별히 힘얼 안 써도 고태골로 가든지, 반병신언 될 것이구만.”

“그런 사낼수록 오기가 많은 벱이제요. 정사령의 일언 이년헌테 ?기씨요. 서방님헌테 해꼬지럴 못허그로 맹글아 놀텐깨요.”

“나넌 임자만 믿는구만. 낮에 인월 주모허고의 일언 미안허구만. 나넌 참말로 그 여자허고 안 허고 싶었구만.”

“아요. 계집이 한번 색에 미치면 말릴 사람이 없소. 안 봤어도 인월 주모가 어땠을까, 눈에 선허요. 그 일로 이녁얼 탓허고 싶은 맴언 없소. 나라고 떳떳헌것도 아닌깨.”

옹녀 년이 말끝에 한숨을 내쉬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