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18>협박에 못 이겨 아랫녁얼...
가루지기 <518>협박에 못 이겨 아랫녁얼...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19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상견례 <89>

“내가 멋댐시 임자럴 ?이겄는가? 낮에 뜬금없이 인월 삼거리 주모가 댕겨갔구만.”

“이녁헌테 밭문서럴 뺏겼다는 그 여자 말씸이요?”

옹녀 년이 무심한 낯빛으로 물었다.

“글씨, 근당깨. 뜬금없이 와서는 나럴 협박허등구만.”

“협박이요? 먼 협박? 이녁이 그 여자헌테 못헐 짓얼 했소?“

“임자넌 나럴 어디가서 못 된 짓이나 허고 댕길 사내로 보았는가? 섭섭허구만.”

“인월 주모헌테 협박얼 받았담서요? 그 여자가 맥없이 이녁헌테 그럴 일이 멋이다요?”

옹녀 년의 말에 강쇠가 낮에 인월주모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들려주었다. 음전네 얘기는 빼고 정사령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데, 대장간에서 창날을 새로 갈았다고하더라는 말까지 했다.

“허니 어쩌겄는가? 내가 자기 말얼 안 들으면 당장에 정사령놈헌테 고해바친다고 허는디, 글고 임자가 조선비와 엉크러져 있을 것얼 생각헌깨 내 맴이 지랄같앴고.”

“협박에 못 이겨서 아랫녁얼 맞?다, 이 말씸이제요?”

“나넌 가만히 누워 있었구만, 허리가 아프다는 핑게로. 일언 그 여자가 다했구만. 인월 주모허고의 일언 내 뜻이 아니었구만. 임자가 이해럴 허드라고이.”

“언제는 우리가 그런 것 따짐서 살기로 했소? 한 이불언 덮고 살망정 서로간에 아랫녁 간섭은 않기로 했잖소? 헌깨, 내가 조선비럴 만내러 갔던 것이고.”

“흐긴, 우리가 그랬제이.”

강쇠 놈이 흐 웃는데, 옹녀 년이 눈을 새치롬히 뜨고 궁리에 잠겼다.

“조선비는 어뜨케 허고 일찍 왔는가? 막상 만내가꼬넌 신통찮아허든가?”

강쇠 놈이 물었다.

“시방언 조선비가 급헌 것이 아닌 것 같소. 정사령부터 잡아야겄소.”

옹녀 년이 눈을 치켜 뜨고 대꾸했다.

“정사령 놈얼 잡아?”

강쇠 놈이 되물었다.

“아, 안 그렇소? 사타구니에다 밤송이럴 넣고 살제, 이녁얼 죽이것다고 창날얼 세운 사람이 있다는디, 어찌 산다요? 인월 주모가 입얼 다문다고 했다제만, 사람입언 믿을 것이 못 되요. 내가 계집이제만 계집 입언 더군다나 못 믿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