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창조경제 또는 창조산업이라는 용어가 국내로 유입된 이후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굳어지고 있어 우려가 예상된다. 창조산업의 두 가지 영역은 예술과 연관된 콘텐츠산업을 일컫거나, 과학과 연관된 연구개발과 첨단산업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개념상의 범주화는 말 그대로 창조성의 범위를 축소하여 그 확장성을 가로막는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실례로 영국에서 시작된 창조산업은 광고, 건축, 미술품, 공예, 디자인, 패션, 영화, 출판, 소프트웨어, 게임, 음악, 공연, 방송 등 13개의 지식경제산업을 말하는데 이는 대부분 콘텐츠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벤치마킹대상이 된 영국 셰필드시의 문화산업클러스터는 영상과 음악 등의 대표적 콘텐츠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산업 클러스터정책은 우리나라의 지역문화산업정책에 반영되었다. 그렇다 보니 국내의 창조산업 육성정책은 대부분 지역문화산업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클러스터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산업 또한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중심산업으로 제한되는 한계를 보인다. 지역의 경쟁력 있는 기존의 산업군은 제외된 채 일률적으로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연구개발중심의 창조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실리콘밸리를 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수많은 IT산업의 신화를 간직한 실리콘밸리 또한 국내로 유입되면서 연구개발단지를 형성하는 정책으로 추진된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공약을 보면 미래창조과학부신설, 연구개발예산확대, 브레인웨어 융합신기술개발, 지역 연구단지 조성 등 과학기술관련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콘텐츠중심과 과학기술중심의 창조산업은 지역경제정책과 잘 맞지 않아 보인다. 정부차원에서 콘텐츠 및 과학기술관련 연구소를 지역에 배치하더라도 여기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연구의 결과를 상품으로 만들어낼 기업의 토대가 매우 허약하기 때문이다. 전주시를 예를 들면 지역문화산업지원센터인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전주에 있지만 운영비와 연구개발비의 60% 이상을 지역에서 감당해야한다. 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입주해 있는 콘텐츠기업 또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동시에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한다.
결국, 정부의 창조산업정책은 뿌리가 약한 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잎을 파랗게 하는 약을 주면서 탐스러운 열매를 바라는 격이다. 이제는 창조산업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 앞서 창조도시는 도시의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도시라고 정의 내렸듯이, 창조산업 또한 도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적 환경을 토대로 창조성을 결합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정의해야한다.
창조산업을 위와 같이 정의한다면 콘텐츠산업군이나 과학기술분야 중 무엇을 지역에 가져 올 것인가 하고 중앙을 바라보기보다는 지역의 경쟁력 있는 문화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그런 점에서 전통문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전통문화자원이 있는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장인적 생산방식이 있는 전통문화상품에 창조성을 가미하여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전통문화창조산업을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창조적 관광서비스상품을 새로운 창조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전통문화전당에 입주하게 될 전통문화창조센터는 단순한 콘텐츠 1인 기업 지원이 아닌 전통문화와 관광을 창조산업으로 전환하는 창조경제의 컨트롤 타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동영<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