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16>옷 위로 불쑥 고개를 쳐들고
가루지기 <516>옷 위로 불쑥 고개를 쳐들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18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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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87>

인월 주모가 정신을 차린 것은 강쇠 놈이 옷을 다 주워 입고 옹녀는 시방 멋을 허고 있으까, 조선비를 만나 벌써 아랫녁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고맙소, 총각. 인자사 내가 살것소. 살아있는 것 같소. 허리넌 괜찮소?”

“모르겄소. 욱신거리는 것이 겁나게 놀랬는갑소.”

“미안시럽소. 내 욕심만 챙겼는갑소. 인월에도 종종 나오씨요. 내가 명색이 주인인디, 주막얼 자주 비울 수도 없소. 총각이 나오면 내가 서방님처럼 뫼시리다.”

“허리나 나시면 한번 가겄소. 헌디, 참말로 정사령이 나럴 찾니라 눈에 불얼켰소?”

“내가 멋 땜시 그짓말얼 허겄소? 참말이요? 어제도 내 주막에 왔습디다. 와서는 총강얼 물읍디다. 주막에넌 술손님이 많이 드나든깨, 혹시 변강쇠 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냐고, 변강쇠 놈이 있는 곳얼 알려주면 쌀가마라도 줄 것인깨, 꼭 알켜돌라고 그럽디다. 시퍼렇게 날을 세운 창날을 들이댐서 총각얼 만내면 칵 찔러뿔라고 대장간에 부탁해서 창날얼 갈았담서 뵈어 줍디다. 그 놈이 반고자에 생긴 것이 쥐새끼 상이라도 꼰질길 때넌 또 징허게도 끈질기요. 무신 수럴 쓰건 총각얼 찾아낼 것이요. 발없는 말이 천리럴 간다고 안 했소?”

“흐참, 병신겉은 놈 땜시 저녁부텀언 잠도 편히 못 자게 생겼소이. 아짐씨도 각별히 말조심허시씨요.”

강쇠 놈의 말에 인월 주모가 싱긋 웃었다.

“내 입이야 걱정허덜 마씨요. 나넌 외려 총각이 여그 있는 것얼 다른 사람이 알까 무섭소. 정사령 놈도 그렇제만, 다른 계집덜 귀에 들어가면 총각이 내 차지가 되겄소? 벌떼맨키로 뎀빌텐디. 마누래헌테야 어쩔 수 없제만, 이 놈 간수 잘 허씨요. 치매만 둘르면 다 좋다고 함부로 대감지 내돌리지 말고.”

인월 주모가 아직도 옷 위로 불쑥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거시기 놈을 손바닥으로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사나흘새에 한번 오리다.”

인월 주모의 말에 강쇠 놈이 혀를 툭 찼다.

“아짐씨도 참, 아 정사령 놈이 눈이 시퍼래가꼬 나럴 찾는담서요? 헌디, 내가 인월 주막에 가보씨요. 그 당장에 놈의 창날에 찔리제요. 글고 내가 인월꺼정 나가면 음전네가 눈치럴 못 채겄소? 어찌 그리 생각이 없소?”

“이년이 버판갑소. 모처럼 극락엘 댕겨왔더니, 안직도 내 정신이 아니요. 총각언 가만히 있으씨요. 내가 올 것인깨.”

“오드래도 허리나 나시면 오씨요. 아매도 보름언 조섭얼 해야쓰겄소.”

인월 주모가 보라고 일부러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주먹으로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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