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514>흐매, 존 것
가루지기<514>흐매, 존 것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1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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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85>

“내가 묵잘 것언 없어도 총각이 여그서 온전히 살지넌 못 헐 것이요. 정사령이 제 마누래허고 총각이 붙어 묵은 걸 어찌 알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고, 음전네가 낫얼 시퍼렇게 갈아놓고 총각얼 찾아댕기고 있소. 어디 그 뿐인줄 아시요? 인월 인근 과부덜이 어뜨케 알았는지, 총각얼 찾느라 난리가 났소. 내가 입 한번 잘못 놀리면 사람덜이 떼로 몰려올 것이요. 어쩔라요? 곱게 한번 안아줄라요? 아니면 정사령이랑 음전네헌테 당해볼라요?”

인월 주모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거시기 놈을 내려다 보았다.

“나넌 허고 싶은디, 살방애럴 찌면 허리가 끊어질라고 헌당깨요. 오직했으면 마누래가 보채도 그냥 맨입으로 보냈겄소.”

이상한 일이었다. 속없는 거시기 놈은 아짐씨, 반갑소, 하며 고개를 쳐들고 있는데도 인월 주모하고는 아랫녁을 맞추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지난 밤에 옹녀 년과 실컷 분탕질을 친 다음이라 그러기도 했으나, 계집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느니, 정사령이나 음전네한테 소문을 내겠다느니, 겁을 주며 덤벼드는 주모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설령 어쩔 수 없이 아랫녁의 허기를 풀어주게 될 망정 이 쪽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허면 이러면 어떻겄소?”

“어뜨케요?”

총각언 가만히 있으씨요. 내가 올라갈 것인깨.”

“아짐씨가요? 첨부터.”

“꼭 사내가 우로 올라가야헌다는 벱이라도 있소? 무슨 수로건 극락에만 가면 되제.”

“흐참, 내가 오래 안 살아도 별놈의 꼴얼 다보요이.”

강쇠 놈이 픽 웃으며 중얼거리는데, 인월 주모가 속곳을 내리고 강쇠 놈의 아랫녁에 몸을 얹었다. 이미 젖을만큼 젖은 확 속으로 방아고가 저절로 빨려들어갔다.

“흐매, 존 것.”

인월 주모가 들이당착에 입을 쩍 벌리고 고함을 내질렀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뜻이었다. 강쇠 놈이 아이구구, 나 죽겄소,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라도 해야 인월 주모가 허리가 아프다는 제 놈의 말을 믿어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미안시럽소. 내가 어지간만 했어도 아픈 총각허고 이 짓얼 허겄소만, 총각 허리 생각허다가넌 내가 미치고 환장헐 것 같애서 그요. 살살, 살살 헐 것인깨 쪼깨만 참으씨요.”

인월 주모가 눈을 하얗게 까뒤집으며 게거품을 물었다.

“모르겄소. 내 허리가 완전히 어장이 나뿔면 아짐씨가 책임얼 지씨요이.”

“아, 지제. 내가 지낸 번에도 말 안 했소? 총각얼 믹여 살린다고. 내가 이래도 논도 있고, 밭도 있소. 총각 한 몸이야 손에 흙 안 묻히고 믹여 살릴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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