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심비우스’ 새로운 인간
‘호모 심비우스’ 새로운 인간
  • 조미애
  • 승인 2013.02.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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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고 발견된 생물에게는 모두 학명學名이 있다. 학명은 1758년에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린네(C. Linne)의 이명법을 따르고 있는데 속과 종을 밝히는 생물의 이름이다. 인간의 학명은 호모 속 사피에스 종으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다. ‘생각이 깊고 슬기로운, 현명한 인간’이라고 린네가 명명한 이후 오랫동안 인간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학자들을 중심으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름들이 등장하고 있다. 개미학자로 잘 알려진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지구에 오래 살아남고 싶다면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모 심비우스는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기를 열망하고 지구촌 모든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는 인간들이다.

‘심비우스(Symbious)’란 생물학적 용어로 ‘공생共生’을 말한다. 흔히 공생은 양쪽이 모두 이익을 얻을 경우지만 넓게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은 이득을 얻는 기생을 포함하고 있다.

콩과식물의 뿌리에 생기는 뿌리혹은 토양 속의 뿌리혹박테리아가 뿌리털에 들어와 번식한 것인데 공생기간 중 콩과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에게 양분을 주고 뿌리혹박테리아는 콩과식물에 유기질소화합물을 주어 서로 돕고 살아간다. 질소는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사실 콩과식물은 스스로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뿌리혹박테리아가 몸속으로 들어와 살도록 묵인하는 것이다. 말미잘은 촉수에 독을 뿜는 자세포가 있어서 그것을 건드리는 작은 물고기 등을 먹고 산다. 그런데 흰동가리라는 작은 물고기는 이 독에 대한 면역성이 있어 말미잘의 촉수 사이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면서 적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킨다. 말미잘이 먹다 남는 것을 먹고 때로는 촉수에게 붙잡혀 있는 먹이를 먼저 먹는 일도 있다. 오히려 말미잘은 흰동가리가 입에 물었으나 너무 커서 떨어뜨린 먹이를 먹기도 한다.

생태계는 생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의해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생태계는 먹이피라미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잃게 되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생물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잘 알려진 이야기로 미국 애리조나 주 북부에 있는 키에밥 공원이 있다. 1906년에 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키에밥 공원에는 4천여 마리의 검은꼬리사슴들이 살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퓨마, 늑대, 코요테, 스라소니 등 포식동물을 제거하였고 17년 만에 사슴은 7만여 마리로 증가했다. 그러나 1918년부터 공원에서는 굶주린 사슴들이 식물의 어린 싹까지 먹어 치우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개체군의 증가와 식량 부족으로 사슴의 수는 1931년에 2만여 마리, 1939년에는 1만여 마리로 줄어들었으며 이미 공원은 황폐화되고 말았다. 몸집이 크고 흉폭한 그들에게도 존재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자연은 포식동물로 하여금 환경이 제공할 수 있는 먹이의 양이 허락하는 규모 이상으로 개체군들이 증가할 수 없도록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계의 모든 생물들에게 절대적인 윤리 기준을 정해놓고서 그들을 선과 악의 두 종류로 구분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노래하는 새들과 토끼와 사슴 등의 초식동물은 착한 동물로 인정하고 늑대나 사자, 퓨마 등의 육식 동물은 악한 동물로 쉽게 간주한다. 가축의 사인 중 포식동물에 의한 것은 1% 정도이며 나머지 99%는 질병이나 굶주림 등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포식동물들은 사람을 해친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학살된 셈이다. 포식동물도 자연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여러 종들이 공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서로 이익을 주고 주고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느 한편에게 피해가 되기도 한다. 지구촌에는 이처럼 다양한 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호모 심비우스! 이제 새로운 인간의 학명이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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