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13>바지를 내리고 찬찬히 살폈다
가루지기 <513>바지를 내리고 찬찬히 살폈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1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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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84>

모가 얼굴까지 불그죽죽해지며 화를 냈다. 그 모습에 강쇠 놈이 속으로 픽 웃었다. 교활하기로 따지면야 제 년이 조선비보다 못할 것도 없이 않은가? 애당초 제 년이 조선비를 꼬드겨 한양길 노자를 털지 않았드라면, 제 놈이 조선비와 그런 인연을 맺을 일도 없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애쓴 것이 멋이다요? 외려 조선비 덕에 아짐씨럴 만내고, 돈도 몇 푼 벌었고, 나헌테넌 손해날 것이 없었제요. 이번 일만 아니었으면 말이요.”

“하여튼간에 양반이란 것언 가차이 헐 것이 못 되는 짐승이랑깨요. 아, 사람이 오다가다 정자에 올라 땀얼 식힐수도 있는 것이제, 그런다고 닳기럴 헌다요. 어디 한 쪽이 무너진다요? 썩을 놈의 좀자덜. 어디 좀 보십시다, 얼매나 다쳤는가.”

인월 주모가 강쇠를 엎드리게 해놓고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며 등짝을 찬찬히 살폈다.

“어혈이 남기는 했어도 많이 나샀는갑소. 비암이 지난 자국은 희멀떡 해졌소. 어디, 돌아누워보시씨요. 앞도 좀 보십시다.”

인월 주모가 멍자국을 손끝으로 꾹꾹 눌러보다가 강쇠 놈의 몸을 돌려 눕혔다. 그러자 거시기 놈이 아줌니 반갑소, 하며 고개를 벌떡 치켜 들었다. 하이고, 빌어묵을 놈의 새끼, 가만히 죽은 듯이 자빠져 있으면 내가 허리 핑게를 대고 품얼 안 팔아도 되는디, 하고 중얼거리며 강쇠 놈이 엄살을 섞어 아이구구,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왜 그러요?”

인월 주모가 거시기 놈을 가만히 손으로 움켜쥐며 물었다.

“허리가 끊어져뿌릴 것 같애서 그요.”

“내가 본깨, 살방애 한번 찐다고 어장날 허리는 아닌 것 같소.”

“아짐씨가 의원이라도 되요? 넘의 허리 사정얼 어찌 그리 잘 안다요?”

“엎어놓고 돌려놓고 손으로 찔러본깨 알겄소. 빼지말고 나 한번만 안아주씨요. 게집이 한얼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뽄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제요?”

“또 그소리요? 아짐씨가 나헌테 한얼 품을 일이 멋이다요?”

“멀쩡헌 년얼 미친년으로 맹글았응개 글제요. 나 한번 안 안아주면 동네방네 소문얼 낼라요. 강쇠 총각이 산내골에 있다고 소문얼 내뿐질라요?”

“그런다고 아짐씨헌테 묵잘 것이 멋이다요?”

강쇠 놈이 인월 주모가 정말 소문이라도 내면 큰 일이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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