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508>거시기 놈을 한 번 쓰다듬어
가루지기<508>거시기 놈을 한 번 쓰다듬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1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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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79>

“가끄라우? 마끄라우?”

옹년 년이 손 하나를 불쑥 강쇠 놈의 가슴팍으로 집어 넣으며 콧소리를 냈다.

“그걸 왜 나헌테 묻는가? 임자가 알아서 허소.”

강쇠 놈이 씁쓸한 기분으로 ‘여시겉은 년’하고 중얼거리며 옹녀 년을 올려다 보았다.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소문내고 치룬 혼례는 아니었어도 제 년하고 검은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아랫녁 맞추면서 살자고 약속한 서방님한테도 끝까지 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계집의 마음이 가증스러운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제 년은 조선비를 만나러 가기가 싫은데, 서방님의 가슴에 사무친 원한을 갚으러 간다는, 제 년이 좋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서방님 때문에 가니까, 그것을 알아달라고 은근히 옆구리를 꼬집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알겄소. 댕겨오제요. 안직 서방님의 한풀이도 못해디렸는디, 안직 서방님의 허리가 다 낫지도 안했는디, 가서 조선비의 혼구녕얼 내주고 오제요.”

“초상꺼정 치루지넌 말고.”

아랫녁을 맞추드래도 적당히 조심해서 맞추라는 뜻을 그렇게 말한 강쇠 놈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이년얼 섭섭타 마씨요이. 내가 가고 싶어가는 것이 아닌깨요. 이 년도 서방님허고 딩굴딩굴 살고 싶구만요. 어쩌면 한 사날 못 올랑가도 모릉깨, 조선비의 보럴 빼고 올라면, 허다못해 쌀 가마값이라도 가꼬 올라면, 그래야헐랑가 모릉깨, 걱정허지 말고 계시씨요이.”

옹녀 년이 강쇠 놈의 바지춤 속으로 불쑥 손을 넣어 제 놈을 버리고 바깥 일을 나가는 주인이 섭섭타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거시기 놈을 붙잡고 몇 번 흔들었다.

그러나 심통이 난 거시기 놈은 주인의 손길에도 대꾸가 없었다.

“야가, 왜 이런다요? 인사가 없소.”

“아, 그놈인들 저를 두고 다른 놈얼 만내러 가는 임자가 멋이 반갑겄는가?”

강쇠 놈이 심통이 난 목소리로 내뱉으며 계집의 손을 밀어냈다.

“걱정허지 말어, 이눔아. 네 주인 일로 가는 것이제, 내가 좋아가는 것이 아닌깨.”

옹녀 년이 바지 위로 거시기 놈을 한 번 쓰다듬어 주고 몸을 일으켰다.

“잘 댕겨오게.”

강쇠 놈이 누운 채 고개만 돌리고 말했다.

“끼니 걸르지 말고 자시씨요. 씰데없이 맘 상허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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