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성숙한 시민의식이 해법
불법 주정차, 성숙한 시민의식이 해법
  • 김천환
  • 승인 2013.02.12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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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의 시대, 생활유형의 빠른 변화로 자동차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전주시의 인구증가율은 지난해 말 현재 2년 전에 비해 1.1%이지만 차량 증가율은 5.5%로 5배나 높게 나타났다.

시민생활 위협하는 도로위 무법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자동차로부터 이동의 편리함을 얻는 대신 도시의 많은 공간을 자동차에 내줄 수밖에 없다. 또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접할 때마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임을 깨닫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자동차와의 전쟁은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닌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다. 그 중 우리가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불법주차 문제다.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뛰어나올지 모르는 초등학교 앞 도로는 물론 인도, 횡단보도 등을 가리지 않고 빈 공간만 있으면 버젓이 차지하고 있는 차량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소방도로의 불법주정차 차량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우리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다양한 공영주차장 속속 건립

전주시는 불법 주·정차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무조건적인 단속에 앞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차 질서를 준수할 수 있는 환경조성부터 신경 쓰고 있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공영주차장을 확충하는 일이 급선무다. 시는 민선4기 이후 6년간 총 46개소에 3,300여 면의 공영주차장을 조성해왔다. 이는 전체 57개소 4,000여 면의 80% 수준이다. 올해도 45억원을 들여 4개소에 150면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공영주차장 운영 또한 이용률이 낮은 곳에 대해 1시간 무료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주차장이 없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내 유휴지를 주차장으로 조성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공터를 활용한 공한지 주차장도 조성하는 등 주차난으로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불법 주?정차 단속에 있어서도 전국 기초 자치단체 최초로 불법주·정차 문자알림 서비스를 시행, 지난 해 5만3천여 건의 단속예고 문자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버스베이, 스쿨존 등 위험지역에는 운전자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별도 안내판을 설치하고 불법 주·정차로 인한 상습 민원지역에 대해서는 무인단속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 출?퇴근 시간 차량 혼잡구간에 대한 집중단속 등 강력한 단속행정도 병행하고 있다.

주차장은 ‘텅텅’ 일대도로는 ‘몸살’

이 같은 환경 조성과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불법 주·정차 감소를 체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공영주차장은 텅 비어있는 반면 공영주차장 주변 도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영주차장이 있어도 잘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압축된다. 주차요금 지불에 대한 편견과 주차 뒤 목적지까지 조금 걸어야 하는 불편 때문이다. 작은 불편은 거부하면서도 주변 어딘가에 내 차 한 대를 주차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찾아 몇 바퀴씩 운행하는 일은 불편으로 느끼지 않는 게 운전자들의 행태다. 상가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상가 앞 불법 주·정차에 대해 양면성을 나타낸다. 내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은 가게 바로 앞 도로에 주차할 수 있고 단속하면 안 되며 내 가게와 상관없는 다른 차량이 그 곳에 주차하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빠른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소탐대실’ 주차문화 이웃도 피해

이용률이 저조한 공영주차장의 경우 1시간 무료 후 30분 초과시 500원만 지불하면 된다. 2시간을 주차하더라도 1천원이면 족하다. 그러나 불법주차로 단속되면 과태료 4만원, 스쿨존의 경우 그 2배를 납부해야 한다. 4만원이면 공영주차장 월주차 비용에 해당한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교통문화지수’를 살펴보면 전북지역 교통안전의식 및 교통문화 수준은 73.74점으로 전국 16개 지자체 중 14위에 그쳤다. 그나마 전주는 76.69점으로 평균치를 약간 웃돌 뿐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싱가포르를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질서정연한 주차문화와 깨끗한 가로변 풍경이다. 우리의 무질서한 주차문화가 단속과 견인이라는 강제 수단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한정된 예산으로 공영주차장을 무한정 확충하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다.

‘배려하는 교통문화’ 시민의식이 해법

그렇다면 싱가포르의 모습이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그 해법을 성숙된 시민의식에서 찾고 싶다. 사람과 다른 통행차량을 배려할 줄 아는 공동체적 생활로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주시민들의 의식수준은 과태료 부과나 공영주차장 확보의 한계를 넘어서기에 충분할 만큼 훌륭하다. 관광객 700만 시대를 맞이했고, 새만금 배후 거점 도시이자 100만 대도시로 도약하는 오늘의 전주가 만들어지는 데는 시민의 뜨거운 열정과 성숙된 시민의식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나부터 먼저’ 라는 생각을 실행에 옮겨보자. 조금 불편하고, 조금 멀더라도 지정된 구역에 주차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의 지름길임을 보여주자.

김천환 / 전주시 건설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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