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07>아랫도리 놀음 하고 꽃값으로
가루지기 <507>아랫도리 놀음 하고 꽃값으로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07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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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78>

주모가 말끝에 느물거리며 웃었다.

“머시라고요? 아짐씨가 시방 이 년얼 가꼬 노요이.”

옹녀 년이 퍼르르 성질을 냈다.

“미안시럽네. 조선비가 새벽겉이 와서 자네럴 불러오라고 어찌나 성화든지. 안 델꼬 가면 참말로 목얼 맬 기세드랑깨. 얼렁 가세.”

주모가 서둘렀다. 그러나 옹녀 년이 호락호락한 계집이 아니란 것은 강쇠 놈도 알고 있었다. 예, 그럽시다, 하고 따라나설 계집이 아닌 것이었다. 주모의 애간장을 녹일만큼 녹이고, 조선비를 만나면 이리저리 하자고 뒷 일을 다 요량해놓고 따라나설 것이었다.

“싫소. 내가 멋 땜시 아짐씨럴 따라간다요? 어제넌 병 든 서방님 죽값이라도 벌라고 헐수 없이 아짐씨네 주막에서 개장국도 끓이고, 술병도 날랐십니다만, 오널언 안 갈라요.”

“흐참, 밥 얻어다가 죽 끓여묵을 소리만 허고 자빠졌구만. 내가 자네 속얼 모를 중 아는가? 속으로넌 웬 떡인가, 허고 환장얼험서 머 어쩌고 어째? 못 가겄다고?“

“환장언 아짐씨가 했제, 내가 먼 환장얼 헌다요? 암튼지 나넌 싫소. 어제 본깨, 조선비라는 사람이 자린고비처럼 생겼습디다. 가봐야 구린 땡전 한푼 안 나오겄습디다.”

옹녀 년이 슬며시 품삯 얘기를 꺼내 놓았다. 그것이 주막 설거지를 하고 받은 품삯이건, 사내놈을 만나 아랫도리 놀음을 하고 받은 꽃값이건 품삯은 품삯인 것이었다.

“내가 그런 요량도 않고 자네럴 찾아왔겄는가? 품삯걱정언 허덜 말게. 조선비가 생기기는 쫌팽이라도 손 씀씀이넌 괜찮네. 자기 기분이 좋으면 전대럴 아낌없이 풀 사람일세. 어찌어찌 잘만허면 자네가 병 든 서방허고 두어달은 묵고 살만큼 나올걸세. 내가 그렇게 맹글아 줌세.”

주모의 말에 옹녀 년이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흐기사 시방 이 년이 더운 밥 찬 밥얼 가릴 때가 아니구만요. 병 든 서방님의 약값만도 숱허게 들어간구만요. 서방님얼 살릴 수만 있다면 이 년이 먼 짓인들 못 허겄소. 아짐씨넌 먼첨 가 계시씨요. 서방님 단도리 좀 해놓고 바로 뒤럴 따르겄구만요.”

“허면 그럴랑가? 어쩌면 한 사나흘 못 올랑가도 모릉깨, 단단히 준비럴 해놓고 오게.”

그런 말을 남기고 주모가 돌아 간 다음이었다. 옹녀 년이 벌겋게 닳아오른 얼굴을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녁도 다 들었제요? 어뜨케 허끄라우?”

“멀 어뜨케 해?”

옹녀 년의 속셈을 뻔히 짐작한 강쇠 놈이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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