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06>뒷구녕을 꽉 막고
가루지기 <506>뒷구녕을 꽉 막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07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상견례 <77>

강쇠 놈이 계집들이 무슨 수작을 꾸미는가, 하고 귀를 쫑긋 세웠다.

“큰 일 났네. 조선비가 목을 맸네.”

주모의 첫 마디가 그랬다. 목을 매다니? 강쇠 놈의 머리 끝이 쭈볏 일어서는데, 옹녀 년이 자지라질 듯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 양반이 목을 매다니요? 멋 땜시 목을 맸다요? 글고 아짐씨는 그 양반이 목을 맨 것얼 이 년헌테 와서 말씸헌다요? 이 년허고 먼 상관이 있다고.”

“자네 땜에 조선비가 목을 맸응깨 글제.”

“나 땜이라고요? 아짐씨가 아침부텀 못 자실 것얼 자셨는갑소. 어만 사람얼 잡을라고 드는 걸 본깨.”

옹녀 년의 목소리가 안으로 기어들었다.

‘하면 저 년이 어제 조선비하고 질펀한 방사를 했던 것인가? 제 아랫녁의 단단한 기운으로 사내의 진기를 다 빨아 묵은 것인가?

제 입으로는 확 속에 고를 담그기는 했지만, 방사는 못하도록 아랫녁을 꽉 잠그었다고 했지만, 사내의 방사라는 것이 어디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것이던가? 뒷구녕을 꽉 막고 발가락을 오무려도 어느 순간 봇물터지듯이 터져버리는 것이 사내의 방사가 아니던가? 저 년이 제 흥에 겨워 사내가 방사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강쇠 놈의 뇌리를 스쳐갔다.

“이 사람아, 얼굴 쪼깨 펴게. 조선비가 목얼 맸당깨, 얼굴이 사색이 되네. 나넌 돈담무심헐 중 알았는디, 죽을상이 되는 것얼 본깨, 가심 한 쪽이 콕콕 쑤신갑만.”

주모가 이죽거렸다.

“씨잘데기 없는 소리 마시씨요. 그 양반허고 이 년허고 먼 상관이 있다고 내가 죽을 상이 되고 가심이 쑤신다요. 이 년언 암시랑토 안쿠만요.”

“흐기사 자네 잘못언 아니제. 사내가 저 혼자 몸이 닳아 헌 짓인깨. 암튼지 나허고 좀 가세.”

“가기넌 어디로 간다요? 생판 모르는 사람인디, 날더러 초상마당에 가자고요? 나넌 안 갈라요. 코럴 꿰어 끌고 간대도 안 갈라요.”

옹녀 년이 뒤로 나자빠졌다.

“초상마당이라니? 누가 죽었간디 자네가 초상마당엘 간당가?”

“조선비가 목얼 맸다고 안 했소?”

“조선비가 미쳤는가? 자네겉은 주막계집 땜에 목얼 매달그로?”

“허면 먼 소리다요? 더운밥 묵고 쉰 소리 허지말고 제대로 말씸얼 혀보씨요.”

“조선비가 목얼 매기넌 맸제. 헌디, 그것이 소나무가지가 아니라, 옹녀 자네헌테 목얼 맸당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