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03> 앵두알을 손가락으로 비비작
가루지기 <503> 앵두알을 손가락으로 비비작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0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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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74>

아랫녁에서 시작된 몸의 떨림이 아래로는 발끝까지, 위로는 목울대까지 푸르륵 푸르륵 올라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며 한참을 엎드려 있다가 강쇠 놈이 계집에게서 몸을 뗐다.

옹녀 년은 숨소리도 없이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흐흐흐, 색녀는 색녀구만. 내가 천하의 색녀를 만냈구만. 헌디,

이놈의 구녕이 참으로 기묘허단 말씸이여. 내 연장얼 아예 뽑아뿌릴라고 덤비드랑깨.’

강쇠 놈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손으로 가만히 계집의 확을 더듬어 보았다. 그때까지 확은 뜨거웠고, 푸르륵거림이 계속되고 있었다.

계집은 첫 닭이 울 때에야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낮에 실컷 잠을 잤던 강쇠 놈이 어둠 속에서 두 눈 번히 뜨고, 장차 조선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궁리하고 있는데, 긴 한숨과 함께 옹녀 년이 깨어난 것이었다.

“임자, 괜찮헌가?”

강쇠 놈이 계집의 가슴을 더듬으며 물었다.

“여그가 시방 어디요? 극락이요? 지옥의 불구덩이요?”

옹녀 년이 사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먼 소리여? 기껏 극락에 보내논깨 먼 지옥타령이여?”

“이년의 몸뎅이가 활활 탔응깨 글제요. 꼭 죽는 줄 알았소.”

“걱정허지 말랑깨. 방사허다가 사내놈언 죽는수가 있어도 계집언 안 죽은깨.”

“고맙소. 서방님얼 만내 이년이 사람답게 살고 있소. 이년의 몸이 뿌서지도록 서방님얼 섬기리다.”

“고맙구먼. 나도 그럼세. 헌디, 조선비가 그리 형편없등가?”

“물건언 제법 쓸만헙디다만, 계집에 곯았는 갑습디다. 막상 일얼 치룰라고 본깨 물건이 삶은 가지가 됩디다.”

“첨에사 욕심에 펄펄 살아났겄제.”

“그나저나 걱정이요.”

“멋이 말인가?”

“낼이라도 틀림없이 마천 삼거리 주모가 찾아올 것인디, 따라가서 조선비럴 작살얼 내까어쩌까 걱정이구만요.”

“작살얼 내면? 쥑인다는 소린가?”

“말씸얼 안 디렸소? 이년허고 살방애럴 찧는 사내넌 모도가 고태골로 갔다고요. 조선비도 그리될 판인디, 인자는 배우에서 송장치우기도 지긋지긋허요.”

옹녀 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자넌 안 그럴 것이구만.”

강쇠 놈이 계집의 앵두알을 손가락으로 비비작거리며 말했다.

“먼 근거로 그런 말씸얼허시요.”

옹녀 년이 사내의 물건을 슬며시 잡으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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