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무너져가는 가정교육
디지털 시대, 무너져가는 가정교육
  • 이승우
  • 승인 2013.02.05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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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태풍과 같이 급속도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변동에 휘말려 있다. 정보 통신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시대화로 인하여 미증유의 사회적 혁명을 겪고 있다. 가정도 예외 없이 이 혁명의 소용돌이를 비켜가지 못한다. 부모자녀간의 지식전달체계 및 권위의 상하관계, 역할 문화, 사회화 패턴 등이 디지털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코드 변화와 가상 전자집단의 가정 내 침투 등으로 인하여 자고나면 바뀌듯 정신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가 자녀와 교육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도 혼란의 와중에 있다. 지금으로 봐서는 가정교육이 무너져 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자녀들은 참고 기다리지 않는다. 사이트를 읽어오는 중 반응이 5초 이상만 늦어도 다른 사이트로 가버리는 세대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부모로부터 즉각적인 호응이 나타나지 않는 가정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디지털시대 자녀들의 관심을 부모들은 다시 가정으로 끌어들여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부모들은 공세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문화에 적응해야 하고 디지털화로 인한 가정부재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평범한 곳에 있다. 자녀들이 빠져 있는 디지털 전자공동체가 갖고 있는 정서적 약점을 파악해서 가정에서 이를 보완해 주고, 가정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대안적 체제를 구축해, 자녀들을 가정의 일원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멀티미디어 체제의 디지털화로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말하고 들을 수는 있지만, 부모나 가족 구성원들이 앞에 있을 때처럼 정서적 교감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부모의 격려어린 힘 찬 목소리를 듣거나, 다정하게 끌어안거나, 고민을 하소연 하고, 공감하는 등의 상호 작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정이 현재처럼 입시준비의 초소로 남고, 부모는 공부의 조력자로만 기능하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자녀는 가정보다는 디지털 전자공동체로 달려갈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와의 대면적인 상호작용을 심도 있게 증대시켜 나간다면, 자녀들은 정서적 접촉을 할 수 있게 되고, 정서적 유대를 강화시킬 수 있으며,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 전자공동체 속에서는 책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대인관계보다는 쏟아지는 정보의 교류와 공유, 급변하는 사회 트랜드의 동참 등 사회적 관계에 치중하다보니 사람과 사람간에 책임과 신뢰가 부족한 관계를 맺게 되기 쉽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는 혈연적인 의미의 가족은 있으되 교육적 의미의 가정은 없으며, 가정에서의의 교육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간에 일차적인 인간관계로서 감정의 공명이 일어나야 하며, 같은 밥상에서 가정의 밥맛을 서로 느낄 때 자녀들은 아날로그의 가정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가정이 만들어 진다.

<이승우(군장대학교 총장, 전북교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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