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00>그새럴 못 참고 지랄이네이
가루지기 <500>그새럴 못 참고 지랄이네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05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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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71>

자꼬만 팔라고 보채는 것얼 치매끈 움켜쥐고 안 팔았소. 내 비록 주막얼 떠돌았제만, 아무 남정네헌테나 속고쟁이 벌려주는 갈보는 아니요.”

오리나무 숲으로 히히덕거리며 사라지는 사내와 계집을 흘끔바라보며 옹녀 년이 말했다.

“흐기사, 갈보넌 저것덜이 갈보제. 명색이 기생들이라는 것들이, 하루에 몇 사내럴 보는겨? 그것도 동문수학헌 동무덜얼.”

주모가 눈을 한껏 흘기는 걸 보며 옹녀가 몸을 일으켰다. 왜? 하는 눈빛으로 주모가 올려다 보았다.

“가봐야제요. 인자 천렵도 거즌 끝난 것 같고요. 더 있어봐야 내가 헐 일도 없는 것 같소.”

옹녀의 말에 주모가 눈을 치켜떴다.

“가다니? 어디로?”

“사실언 쩌그 아랫몰 외따로 떨어진 집에서 병든 서방을 델꼬 살고 있소. 아짐씨헌테 일거리럴 얻을라고 내가 거짓꼴얼 했소.”

“서방이 있어?”

주모가 놀란 표정으로 옹녀 년을 살폈다.

“병 든 서방얼 믹여살릴라고 내가 별짓얼 다허고 사요.”

“그래서 색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구만. 나넌 그것이 사내덜 등쌀에 시달려서 그런 줄 알았는디, 병 든 서방 땜이었구만. 종종 오소. 내가 품삯언 섭섭치 않게 줄 것인깨.”

주모가 주머니에서 엽전 닷 푼을 꺼내어 주며 인심을 쓰는 체 했다.

‘아짐씨가 그리 안달얼 안해도 곧 나럴 찾아 오게 될 것이요. 조선비가 가만있지는 안 헐 것인깨.‘

옹녀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천렵판을 나왔다. 조선비가 뭐라고 한 마디 쯤 할 줄 알았는데, 술에 취해 정자 난간에 기대어 비스듬히 누워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 사내겉지도 않은 사내놈이 꼴에 양반이라고 위세럴 떨었겄다? 어디, 나헌테 망신이나 톡톡히 당해보그라. 인자 시작이구만.’

옹녀 년이 침을 퉤뱉는데, 아랫녁이 갑자기 후꾼거렸다. 아무래도 조금 전 조선비와의 살풀이가 시원치 않아 그런 모양이었다.

‘하이고, 속창아리 없는 것. 그새럴 못 참고 지랄이네이.’

옹녀 년의 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그만큼 아랫녁 사정이 급했다.

“벌써 끝난겨? 난 임자가 못 올지도 모른다고 체념허고 있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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