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498>방아고럴 못 빼면 어쩐다요
가루지기<498>방아고럴 못 빼면 어쩐다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04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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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69>

서방님의 보개피로야 사내의 목숨을 앗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을테지만, 그리 쉽게 사내를 고태골로 보내서도 싱거울 판이었다.

“어? 왜 이러느냐? 도무지 아랫 쪽을 움직일 수가 없구나. 네 살 속에 내 살이 박혀 움직이지를 않는구나. 뺄내야 뺄 수가 없구나.”

조선비가 몇 번 낑낑거리다가 제 힘으로는 도저히 물건을 빼낼 수 없게되자 얼굴까지 벌겋게 달구며 말했다.

“사내가 살방애 찧다가 방아고럴 못 빼면 어쩐다요? 내가 선비님의 속얼 모를 중 아시요? 그 안이 따땃허고 존깨 오래오래 담구고 싶어서 글제요? 얼렁 해뿌리씨요. 선비님의 동무덜이 오면 낯뜨거운 꼴이 아니요?”

옹녀 년이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아랫녁을 움직일 수가 없대도 그러는구나. 어떻게 좀 해보거라. 내가 이것 망신이나 당허는 것이 아닌가 모르겄구나.”

“망신이라니요?”

“아, 그런 말이 있잖느냐? 계집과 사내가 방사를 하는데, 사내의 물건이 빠지지 않아 의원을 불러다가 침을 맞고 겨우 뺐다고 안 허드냐?”

“나도 그런 소문을 들어본 것 같소. 우리가 시방 그런 꼴얼 당했다요? 선비님이 이년얼 놀릴라고 괜히 해본 말씸이제요? 장난언 그만 치시고 얼렁 빼보씨요.”

옹녀 년조차도 겁에 질린듯 서두르자 조선비가 더욱 당황하여 엉덩이를 힘껏 들어올렸으나 살집에 갇힌 살몽둥이는 꼼짝을 안 했다.

“이것 참말로 일이 난 것이 아닌가 모르겠구나.”

조선비가 이번에는 아랫녁을 좌우로 요동을 치며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그래도 살몽둥이는 빠지지 않았다. 사내가 몸부림을 칠수록 기분이 좋아진 옹녀 년이 아으 아으, 이 일얼 어쩐다요? 동무덜얼 시켜 의원을 불러와야허는 것이 아닌가 모르겄소, 하며 의뭉을 떨었다. 겁이 잔뜩 난 사내의 물건은 이미 푹 삶긴 번데기가 되었는데도 확에서 빠지지를 않는 것이었다.

‘호호, 인자 영금얼 보았겄제? 헌디, 어뜨케 허까? 그냥 빼주까? 장난얼 한번 더 치고 빼주까?’

나중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조선비를 보며 잠깐 궁리하던 옹녀 년이 뒷구녕에 힘을 준 채 아랫녁을 몇 번 움죽거렸다. 그러자 속없는 거시기 놈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조선비가 어? 어?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 순간 옹녀 년이 뒷구녕의 힘을 풀고 문을 열었다. 사내의 거시기 놈이 때는 지금이다 하고 쑥 빠져 나갔다.

“하이고, 망신은 면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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