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97>네 물건이 천하의 명기구나
가루지기 <497>네 물건이 천하의 명기구나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0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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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68>

조선비가 말했다.

“네가 주모한테 말을 들었는가 모르겠다만, 함양 마천 사람들이 내 땅을 밟지 않으면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니라. 네가 내 맘에 들기만하면 너 하나 쯤 호위호식 못 시킬 것도 없니라. 정승판서의 안방마님도 안 부럽게 해줄 수가 있니라.”

“알겄소. 정승판서의 안방마님은 바래지도 않소. 정얼 받았으니, 정얼 돌려주어야겄제요. 선비님의 원이 정 그렇다면 알아서 허시씨요. 동무덜이 올랑가 모릉깨 얼렁 서두르씨요.”

옹녀 년이 그제서야 꽉 오무리고 있던 아랫녁을 풀어 주었다. 조선비가 서둘러 치마를 올리고 속고쟁이를 벌렸다.

“선비님도 다 벗지는 마시씨요. 아까막시 본깨 기생허고 이선비님도 그럽디다.”

“나도 앉을자리 눌 자리는 안다. 아무러면 그것도 모르면서 노천방사를 하겠다고 나섰겠느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니라.”

조선비가 계집을 다독여 놓고는 바지를 절반만 내리고 아랫 둔덕을 타고 앉았다.

‘흐, 니눔이 방사를 제대로 허능가 보그라. 그리 쉽게 구름을 타게 맹글면 옹녀가 아니제. 애만 실컷 닳다가 말 것인깨, 어디 두고 보그라.“

사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입술을 한번 깨물은 옹녀 년이 방아확을 슬며시 열어 주었다. 그러자 이내 방아고가 으기양양 밀고 들어왔다.

‘천하의 잡놈이라고 하길래 물건이 시원치 않을 줄 알았는디, 아랫녁을 꽉 채우는 것이 제법인디.“

서방님만은 못해도 제법 듬직한 사내의 물건에 슬며시 딴 욕심이 생긴 옹녀 년이 이럴까 저럴까 궁리에 잠겼다. 방아고가 노는대로 방아확을 놀리면 구름까지는 몰라도 반분은 풀릴 것이었다. 그까짓 강에 배 지난 자리고, 죽 떠 먹은 자리라고 했지 않은가? 시치미를 뚝 떼고 있으면 서방님이 설마 눈치채고 이러쿵 저러쿵 시비를 걸지는 않을 것이었다. 또 막상 서방님이 눈치를 채고 따지고 들면 누구 때문에 그랬는데 그러느냐고, 대거리를 못 할 것도 없었다.

계집이 그런 궁리에 잠겨있는 줄도 모르고 사내가 부지런히 방아고를 움직였다.

“네 물건이 천하의 명기구나. 내 얼마 전에 인월의 주막에서 참으로 기가막힌 계집들을 만나기는 했다만, 네 물건은 그년들보다 열배는 낫구나.”

사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린 계집이 뒷구녕에 힘을 꽉 주며 아랫녁을 잔뜩 오무렸다. 자칫 사내가 방사라도 하고 나면 사내의 목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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