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96> 단단히 화가 난 사내의 물건
가루지기 <496> 단단히 화가 난 사내의 물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2.0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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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67>

“나겉은 년이 멋이 좋다고 그요? 입에 발린 말씸언 허덜 마시씨요.”

옹녀 년이 고개를 외로 꼬며 생긋 웃었다. 그때였다. 아랫녁을 타고 앉은 사내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꿈틀 움직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사내의 물건이 저 혼자 발광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옹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너한테 뭘 얻어 먹을 것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겠느냐?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남원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기생년도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니라. 막상 돈 싫다는 계집이 있는 줄 아느냐? 정조네 뭐네 내세우는 계집들도 몇 십냥 푼돈 앞에서야 고개를 내젓지만, 돈 백냥이나 앵겨줘보그라. 부처님, 부처님하면서 환장하고 덤벼들 것이니라.”

“허면 이년헌테 돈 자랑 허지 말고 그런 기생을 찾아가씨요.”

옹녀 년이 팩 톨아진체 사내의 가슴을 밀어내는 시늉을 했다. 그것도 사내가 옆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을만큼만 기운을 썼다.

“그런 소리 말그라. 오늘은 너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만리장성을 쌓아야겠구나. 안 그러면 내가 저녁에 잠을 못 잔다.”

“나넌 싫소. 대낮에 이러기넌 참말로 싫소. 선비님의 동무들이 올까 무섭소.”

“숲이 빽빽하여 대낮이라도 초저녁 쯤은 안 된 것 같냐. 글고 동무들도 다 눈치가 있어 내가 돌아가야 올 것이다. 또 기왕에 구멍동서들인디, 못 보여줄 것이 뭣이더냐? 금가락지를 받고 나를 한번만 받아주거라.”

“나넌 싫소. 금가락지 하나에 내 몸얼 팔기넌 싫소. 난 갈보가 아니요.”

옹녀 년이 아랫녁을 자근자근 두드리는 사내의 물건을 느끼며 금방이라도 밀어낼 듯이 설쳤다. 그러자 사내가 아랫녁에 더욱 힘을 주며 옹녀 년의 손을 끌어다가 금가락지를 쥐어 주었다.

“누가 널더러 갈보라고 했느냐? 정으로 주는 것이다, 정으로.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했는데, 그 정으로 주는 것이다.”

“정으로 주신다니 받제요. 헌디, 그 정값을 시방 꼭 해야 쓰겄소? 이따가 천렵이 끝나고 동무들이 돌아간 담에 허면 안 되겄소? 주막에 방이라도 하나 얻어 가지고 차근차근허면 안 되겄소?”

옹녀 년의 말에 사내가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그러고 싶다만, 이놈이 급허다고 안 허냐? ”

말끝에 조선비가 옹녀 년의 손을 끌어다 제 사타구니 사이에 놓아주었다. 단단히 화가 난 사내의 물건이 손끝에 잡혔다. 옹녀 년이 한숨을 푹 내쉬며 그걸 한번 잡았다가 놓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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