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모두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예술이 모두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 이흥재
  • 승인 2013.01.3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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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프랑스 쌩떼띠엔 미술관장 로랑헤기 부부가 우리 전시를 보러왔다. 그들은 장 뒤뷔페의 『시선의 계단』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쌩떼띠엔 미술관에도 장 뒤뷔페의 작품이 8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뒤뷔페의 예술세계를 종합해서 보여줄 만한 수작은 없다며, 전북도립미술관에 이러한 대작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워 했다.

지난 주말에는 전주대학교 변주승교수가 미술관을 방문하였다. 도립미술관의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를 보러왔다면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그는 미술관을 꼭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얼마 전 서울 등 타지에 사는 지인 4팀이나 손님맞이를 했는데, 그들은 변주승 교수에게 이번 전시를 보러온 김에 막걸리 한 잔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아직 세계미술거장전을 못 보았던 터였다. 타지에 사는 자신의 지인들은 이미 전시를 보고, 이렇게 크고 좋은 전시가 어떻게 열릴 수 있을까 하고 모두 궁금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 지역에 사는 본인은 아직 전시도 보지 못하고 궁금한 사항을 명쾌하게 설명도 할 수 없어서 시간을 내 전시를 보러 왔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함께 어울리고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타지의 지인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게 하고, 가족과 친지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점만으로도 이번 전시에 대한 충분한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세계미술거장전을 보러 온 관람객 중 많은 분들이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이 찾아온 것 같다. 작품설명을 녹음해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했던 사람들을 기준으로 보면 전남이 1천 명을 넘어섰고, 경기도 633명, 서울 536명 등이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온 분들도 43명이나 되었다. 서울에 출장을 갈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면 세계미술거장전에 대한 물음이 첫 번째였다. 전시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지속적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관람객 수가 13만 명이 넘었으니, 애초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 대해 면밀히 검토하여 향후 도립미술관 운영방향에 많은 자료로 삼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데 어렵지 않게 이론적인 내용을 제시해주는 도슨트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쉽고, 재밌게 이해하며 감상하는 것에는 도슨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작품에 대해 설명할 때 작가의 성격이나 관련된 일화 등을 함께 이야기해 주는 것이 훨씬 집중도가 높았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경우에는 그가 만났던 7명의 여인들 이야기를 함께해 주는 것이다. 피카소에게 있어 여인들은 회화의 붓과 같은 것이다. 그에게 있어 여인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본질적이지만 치명적인 것이었다. 유독 여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은 피카소의 작품에 대해서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바로 자신이 만났던 여인이라는 것을 설명하면 훨씬 이해가 깊었다.

지금까지 3만5천여 명의 도내학생들이 세계미술거장전을 관람했다. 학생들이 미술관을 찾았을 때,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전시에 대해 설명해 주는 학생 도슨트 운영 프로그램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어렵지 않게 설명해 준다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훨씬 더 알찬 전시 관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디자인 공예이론의 선구자이자 현대 기능주의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암 모리스는 이런 말을 했다. “예술이 모두가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는 예술은 특정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닌 만인을 위한 즐거운 것, 우리 삶과 가까운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열정을 가지고 진정성을 보일 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한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더욱 실감했다. 예술은 예술가를 포함한 시민 모두가 공적 영역에서의 소명을 두고두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북도립미술관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

이흥재<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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