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신문읽기에 대해
진보의 신문읽기에 대해
  • 김창환
  • 승인 2013.01.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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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문은 중앙지라 불리는 신문으로부터 지방지라 불리는 신문까지 다양하다. 신문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배적인 매체평가방식이 있다. 사실 신문이라는 언론매체의 역할은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 선거나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평가는 강화되고 가열된다. 어떤 사안은 그 정도가 심해서 갈라짐을 위한 갈라짐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나 그 이전의 선거, 기타 광우병 파동이나 파병문제와 같은 첨예한 사회적 이슈의 경우가 그렇다.

좋은 신문과 나쁜 신문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별로 보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체를 평가하거나 매체에 실린 특정한 기사의 방향을 놓고 입장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앙지로서 조선·중앙·동아와 한겨레·경향은 자주 오르내리는 신문이다. 전자는 일반적으로 ‘보수신문’으로 여겨지지만 혹자에 따라서는 ‘수구신문’으로 후자는 ‘진보신문’으로 여겨지고 혹자에 따라서는 ‘좌파신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규정은 신뢰하기 어렵다. 신문에 대한 평가기준이 사실성, 객관성, 역사적 정당성, 기자의 주체적 의지의 반영, 대중성 등 다양한 점이라는 점을 미뤄두고 오직 ‘프레임’으로 신문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은 권력적인 이데올로기로 그 속성이 권력적이므로 지배를 꿈꾼다. 따라서 프레임을 갖는 것은 ‘권력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권력지향적인 성격이 나쁜 것은 아니다. 권력은 타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힘으로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기도 했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순기능적 요소로서 작용한다. 문제는 권력을 위한 권력으로 권력을 이해할 때이다. 권력의 지향점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공동체를 규율하고 공동체를 통해 개체적 인간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권력이 개체적 인간의 성숙을 무시하고 지배 권력의 유지를 위한 것으로 한정되면 필연적 부패와 가치전도현상을 가져온다.

프레임은 권력의 행사과정에서 평가해야 한다. 즉 무엇을 위한 지배를 꿈꾸는 것이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프래임을 확언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권력의 행사과정이 좋은 지배를 위해서라고 해도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프레임으로 신문을 평가하는 것은 오류가능성이 크다.

전통적 신문의 특성에 따라 신문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객관성이나 기사의 정당성, 사실성은 사안과 기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그럼에도, 이런 특성이 신문에 대한 보다 나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은 프레임이 지니는 정치적 권력의 속성을 그나마 줄이고 이를 통해 나쁜 지배와 나쁜 신문의 현실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나쁜 신문이고 한겨레, 경향신문은 좋은 신문이라고 할 수 없다. 역도 마찬가지이다. 신문은 대중들의 다양한 삶을 기사화하며 대중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삶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또한,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등 영역에 따라 각 신문은 장단점이 있다. 편집의 형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신문은 한 사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의견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며 다양한 논조의 신문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문을 이해할 때 오직 프레임으로만 이해하려고 한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이 프레임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프레임으로만 삶을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가 간발의 차이로 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진보의 정당성은 프레임에 있지 않다. 보수의 정당성도 마찬가지이다. 프레임은 현실을 이해하는 한 축이지 프레임으로만 현실이 결정되거나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핵심은 우리가, 더욱이 진보라면, 신문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는 점이다. 신문보도의 사실성, 다양성, 대중성을 이해하고 고전적이지만 각 사안에 대해 이런 특성을 잘 맞추어 가는가를 매체평가의 전제로 삼아야 한다. 사람들이 이념에 대해 갖는 관심은 보수와 진보의 가치 우위를 설명하는 데 있지 않고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김창환<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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