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반대 결의는 당회 결의부터
세습 반대 결의는 당회 결의부터
  • 김승연
  • 승인 2013.01.3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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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한국교회는 덕스럽지 못한 숱한 사건들로 인해 교회부흥은 정체되고 성장은 둔화되었다. 아니, 세상이 등을 돌렸다고나 할까? 근래 몇몇 교계 지도자들이 교회 정서와 사회 여론을 무시하고 오래전부터 문제시 되어온 교회를 아들들에게 세습하여 더욱 그러하다. 그럼, 누가 주로 세습을 하는가? 농어촌, 소형, 미자립, 개척교회인가? 아니다. 주로 도시, 자립, 대형교회이다. 대형교회도 본인이 개척하여 부흥 성장시킨 교회 담임목사나 본인이 개척은 하지 않았지만, 20년 이상 목회하여 교회를 좌지우지하던 담임목사였다. 그렇다면 교인들은 목사와 자녀들의 봉이란 말인가? 그 교회가 개척교회든 기성교회든 간에 그만큼 교회를 부흥 성장시켜 주신 분이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이고, 둘째는 목사라 하지만, 셋째는 뭐니 뭐니 해도 성도들이다. 어느 목사가 교회를 개척, 부흥시키어 대형 교회당을 건축했다 할지라도 목사만 있고 성도들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금은 누가 하는가? 성도들이다. 세상도 세습을 반대하고 덕스럽지 못한 일로 치부하는데, 소위 세상의 빛과 소금은 물론이려니와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 할 목사들이 교회를 사유화하여 세습을 하다니 말이 되는가? 그런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현재 몇몇 대형, 초대형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이나 사위가 목사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서울에 있는 어느 초대형 교회에서 이런 말이 떠돌았다. “우리 교회 목사님은 평소에 세 가지는 절대로 안 한다고 하셨어요. 첫째, 총회장 절대로 안한다. 둘째, 교회당 건축 절대로 안한다. 셋째, 아들 세습 절대로 안한다. 그런데 절대 안한다던 두 가지는 이미 하셨어요. 총회장 하셨지요? 새 예배당 크게 지었지요? 이제 아들이나 사위 세습만 남았는데, 우리 교인들 중에 많은 교인들은 우리 담임목사님이 은퇴하시기 전에 아들이나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 이유는 안한다고 하신 것 두 가지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것 보니까 그래요.”

물론 그 분은 지금 한국교회의 지도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목사이다. 그런데 만약 그 목사가 은퇴하면서 아들이나 사위에게 교회를 세습하고 물러난다면, 지난날의 그의 사역은 어떻게 될까? 필자가 알기로는 그 목사는 영적으로 분별력이 있고, 영리한 목사이기 때문에 두 가지 약속은 어겼을지라도 나머지 한 가지 약속은 꼭 지킬 줄 믿는다. 그런데도 세습을 하고 물러난다면 아마 그 때는 많은 기독교인과 세상 사람들이 정치인만 거짓말 잘하는 줄 알았더니 목사들도 거짓말 잘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몇몇 몰지각한 기독교 지도자들에 의해 기독교는 물론, 목사들의 위신이 땅에 추락하여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그 때는 그 정도가 얼마나 더할까 싶어 생각만 해도 서글프다.

솔로몬은 잠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실로 그는 거만한 자를 비웃으시며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나니 지혜로운 자는 영광을 기업으로 받거니와 미련한 자의 현달함은 욕이 되느니라”(잠 3:34~35) 여기 현달함은 입신, 출세, 성공을 의미한다. 그리고 욕은 오늘의 청문회를 의미한다. 요즈음 관직에 출사한 사람들이 청문회에서 자신의 죄뿐 아니라, 부모의 죄까지 드러나 추락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교회를 세습한 그들은 처음에는 성공했다고 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오히려 화가 되기 쉽다.

필자는 세습반대운동이 범 교단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법에 가게 되면 개 교회 공동의회에서의 세례교인의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 교회 당회가 결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교단이 세습을 금해 놓았어도 버젓이 교단을 우롱하듯 세습하는 경우가 있기에 개 교회가 당회의 결의로 공동의회를 열어 세습 금지법을 통과해 두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 어느 모 교회 당회에서는 이미 40여 년 전 다음과 같은 결정을 했다고 한다. “담임목사 가족이나 시무장로 가족은 본 교회 교역자로 시무할 수 없다.” 그런 결정을 하고 난 후 담임목사나 시무장로의 가족 중에 단 한 명도 담임목사나 부교역자로 섬긴 적이 없다. 당회 결정 후 어떤 장로의 동생을 전도사로 추천했다가 부결되었고, 또 어떤 시무 장로의 아들을 부목사로 추천했다가 역시 부결되었다고 한다.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즈음 개혁 운운하며 앞장서는 분들을 보면 우선 자신부터 철저히 한 다음 개혁에 앞장섰으면 한다.

필자가 유럽 선교사로 사역시 동구라파 선교사 수양회가 열렸다. 그 때 필자는 ‘올바살(올바로 살기)’ 운동에 대한 강의를 했다. 강의 후 필자의 방에 벨이 울렸다. 열어보니 그 때 한국에서 강사로 온 한기총(한국기독교연합회) 증경회장이었고, 아들로 세습한 교회 담임목사이었다. “김 목사님, 제가 오늘 김 목사님의 강의를 2년 전에만 들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후회스럽습니다.”

영국 여왕의 후손들을 보라. 왕족이라 해서 특혜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왕의 자녀들은 출생 시부터 죽을 때까지 특혜를 누리게 되어 있으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해 편한 군대에 보내지 않고 보직을 주지 않는다. 또 해군으로 보내어 졸병으로 최전방에서 복무케 한다. 물론 영국은 섬나라이고 초대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식 때 “세계를 정복하려면 먼저 바다를 정복하라”는 말이 유례가 되어 그랬다지만, 그 전통을 지금까지 지키는 것을 보면 얼마나 멋있는 나라이고 대단한 나라인가?

초대형교회 목사들도 그랬으면 한다. 대형교회 목사의 자녀가 목사일 때는 아버지가 개척하여 교회를 성장시켰던 것처럼, 자신이 힘들고 어려운 기성교회에 부임하여 교회를 부흥시켰던 것처럼 자녀들도 그리하도록 하여 성공케 했으면 한다.

<김승연 목사(전주서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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