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93> 입술을 깨물며 아흐아흐
가루지기 <493> 입술을 깨물며 아흐아흐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30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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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64>

그러거나 말거나 사내들은 남아있는 기생의 창부타령을 들으며 개고기를 씹고 있었다. 아까부터 소피가 마려운 걸 꾹 참고 있던 옹녀 년이 조선비와 눈길을 한번 슬쩍 맞추고 정자 뒤 소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기생과 이선비는 보이지 않았다.

옹녀가 막 치마를 올리고 속고쟁이를 벌리고 쭈그리고 앉을 때였다.

오리나무 숲에서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호호호 들렸다.

‘저것덜이 대낮부텀 일판얼 벌릴 모냥이네. 헌디, 조선비 놈이 따라올 중 알았는디, 비깜얼 안허네.’

옹녀 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치마를 올리고 일어서는데, 또 이선비와 기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이, 아이, 호호호. 벌건 대낮에 멋허자는 짓이다요?”

기생의 코맹맹이 소리에 이어 아, 어떠냐? 대낮방사가 훨씬 재밌니라? 하는 이선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 년은 숱한 사내들과 밤이건 낮이건 가리지 않고 살방아를 찧었지만, 막상 남의 그런 꼴은 또 처음이라 옹녀 년이 살금살금 오리나무 숲 쪽으로 다가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비쭉 내밀었다.

“초홍이, 이것 우리가 얼마만인가? 자네 아랫녁 구경한지가 일년은 넘은 것 같구만.”

이선비가 계집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제 바지도 절반만 내린 채 방아고를 확에 디밀면서 하늘을 향해 흐 웃었다.

“엄처시하 이선비님 덕분에 이 년은 일년 열두달을 독수공방으로 살았소. 오늘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뒷물꺼정 했소. 번개불에 콩구어 묵기제만, 얼렁 날 좀 죽여주씨요.”

“고맙구만. 동무들이 이상허게 여길랑가 모르니, 얼렁허고 가세.”

이선비가 엉덩이를 깝죽거리자 초홍이 년이 아흐아흐 입술을 깨물면서 신음을 삼켰다.

‘아무리 대낮방사라고 하지만, 허는 꼬라지덜이 간에 기별도 안 가게 생겼구만.’

옹녀 년이 참 싱거운 살방아도 다 있다고 혀를 툭 차는데, 이선비가 두 다리를 쭉 뻗으며 푸르륵 떨었고, 초홍이가 사내의 등짝을 꽉 부등켜 안고 두어 번 온 몸을 풀쩍거렸다. 그런데 그것이 옹녀의 눈에는 계집이 사내 좋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 처럼 보였다. 아무리 사내한테 허천들린 계집일지라도 살방아 몇 번에 구름을 탈 리가 없었다.

“어뜻소? 반분언 풀렸소?

저고리 고름을 매며 계집이 물었다.

“풀리다마다, 자네는 어땠는가?”

“이년도 구름을 탔구만요. 이선비님하고 저하고는 아랫녁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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