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진로지도
청소년의 진로지도
  • 김선남
  • 승인 2013.01.2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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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과부가 최초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전국 학부모(고1) 1432명과 초중고 2만412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10월부터 2주간 진행되었다. 이 조사결과는 우리사회의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라서 교과부가 발표를 하기 이전부터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부모가 자녀의 진로설정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46.6%). 이러한 사실은 부모와 자녀가 바라는 직업이 47.3%나 일치하는 점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안정성과 경제적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진로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이들이 공무원(19.7%), 교사(17.9%), 의사(8.4%), 간호사(4.4%) 등의 순으로 직업선호도를 보였다는 점을 통해서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기성세대 못지않게 물질주의에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점은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응답자 상당수(52.5%)가 '돈'이라고 답했다는 사실을 통해 확인되었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돈'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결과는 교육당국은 물론 청년기 사회화를 담당하는 유의미한 타자들, 특히 부모, 교사, 언론 등이 청소년을 지도함에 있어서 그 접근방법을 변화시켜야 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먼저, 자녀의 진로지도는 자녀세대의 시대논리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자녀들이 주인이 될 세상은 부모들이 주인이었던 세상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사회가 진보속도를 더하게 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즉 부모세대에게 사회적 위광과 부를 제공하였던 직업이 자녀세대에는 아주 하찮은 직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부모와 자녀가 선호하는 직업이 47.3%나 일치한다는 점은 부모가 순종하는 자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보면 긍정적일지 모르지만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보면 아주 부정적인 결과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에게 미래사회의 진화방향과 성격을 이해시키고 자녀에게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좋다.

둘째, 청소년의 진로지도는 국가의 백년대계와 연결시켜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지구촌시대’의 주역이 지금의 청소년들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세계를 상대해야 할 주역들인데 관심을 국내의 안정적인 직업에 한정하게 되면 이들은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물론 공무원, 교사, 의사도 우리사회에는 필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와 같이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된 과학자, 사업가도 우리사회는 필요로 한다. 머리 좋고 능력 있는 청소년들이 비즈니스스쿨보다는 로스쿨로, 과학자의 길보다는 의사의 길로 몰려드는 것을 염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중국이 두려운 상대인 이유는 대국이라서가 아니라 많은 인재들이 과학자나 사업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청소년의 진로지도를 할 때 기성세대는 말이 아닌 실천을 하는 ‘도전정신’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셋째, 청소년의 진로지도를 할 때 기성세대는 배금주의를 각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의하면,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조차도 배금주의에 함몰되어 있다고 한다. 한 예로, 초등학생들이 연예인(여학생)이나 운동선수(남학생)를 꿈꾸는 이유는 이들이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금주의가 얼마나 깊숙이 만연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로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사회에서 부정부패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청소년을 지도할 때 일확천금의 행운을 거머쥔 운동선수나 연예인의 스토리보다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도 발명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과학자의 스토리를 더 많이 언급해야 하는 것이다. 실패한 아이디어를 존중했던 3M 문구회사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이 ‘해리 포터’ 시리즈 하나로 성공한 조앤 케이 롤링(Joanne K. Rowling)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를 개편하여 부처의 교육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를 매년 실시해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이참에 교육당국은 청소년 진로지도의 세부계획을 철저하게 세워 청소년들이 올바른 미래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계획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청소기 사회화의 주요 담당자인 부모, 교사, 언론 등의 협조도 적극 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가 성공적인 청소년 진로지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탄탄대로에 올려놓기를 바란다.

<김선남(원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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