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실은 한마디로 공약실현과 이를 위한 재원조달 사이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난맥상이자 ‘딜레마’로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 할 복지가 향후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우려는 어쩌면 이미 예견된 수순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놓을 수도 쥘 수도 없는 작금의 딜레마 상황이 그 결과라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득표극대화를 위해 국민들에게 호소했던 선거전략, 즉 복지는 확대하되 증세는 하지 않으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트릴레마’(trilemma)가 그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략으로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기는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그 실현가능성에 대한 확신과 숙고가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복지실현을 위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계산법은 재임 5년 동안 필요한 국민행복 재원 135조원 중 71조원을 기존 예산절감 및 세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하고 복지행정개혁으로 약 10조원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세제개편으로 약 48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재원조달계획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정부조직 개편을 보면 현실성이 더욱 없어 보인다. 즉 부처를 2개 늘리고 경제부총리제를 도입하는 등 오히려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 큰 정부를 구상하는 지금 예산절감과 세출구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아울러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 또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안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비과세 감면의 주 수혜 계층이 중산층을 꿈꾸는 저소득층과 서민 그리고 중소기업인 등임을 감안하면 세제개편을 통한 대폭 축소가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산층 70% 재건’을 내세운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초연금 및 장애연금 도입, 노인 일자리 확대, 기초생활보장 강화, 의료공공성 확대, 무상보육 등은 국가가 주도권을 가지고 책임져야 할 일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보수적 성향이 짙은 차기 박근혜 정권이 이전의 정권과 달리 복지에 관한 적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제는 궤도수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시기라고 본다. 따라서 첫 번째로 공약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정책 우선순위를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적 비난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책임 있는 행보로 더 큰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로 증세를 해야 한다면 그 방향은 간접세가 아닌 직접세 부분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조세정의와 부합하고 나아가 소득 재분배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복지의 체감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복지의 확대는 조세부담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조세부담 없는 복지의 확대는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많아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확신과 신뢰가 전제된다면 증세는 복지를 위한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된다. 국민들은 새 정부의 약속과 책임의 정치가 꽃피기를 바랄 뿐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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