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91>물건이 도끼자루만허데
가루지기 <491>물건이 도끼자루만허데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29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상견례 <62>

“어쩌겄능가? 내 팔자가 그런 것얼. 지리산으로 약초캐러 댕기던 서방이 죽고 내가 여그 삼거리에다 주막얼 시작험서 혼자 단단히 작정헌 일이 하나 있구만.”

“멋인디요?”

“임자 있는 사내 물건언 욕심얼 안 내기로.”

“그 일이 어디 여자욕심으로 되는 것이간디요. 거개넌 사내들이 보챈깨 헐수 없이 치매끈도 풀고 그러는 것이제요.”

“사내가 아무리 욕심얼 내도 내가 치매끈을 단단히 매놓제. 그래서 그런지 이 근동 아낙덜헌테 내가 못 들을 욕언 안 듣고 사능구만.”

“잘 생각허셨소. 술장시럴 해묵드래도 그렇게 살면 욕얻어 묵을 일언 없겄제요. 헌디, 요근래에넌 쓸만헌 사내럴 못 만냈는갑제요?”

“자네가 그걸 어찌 아는가? 농사철이라서 그런지 사내 하나 만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줄을.”

“아짐씨 얼굴에 아랫녁에 공방들었다고 써 있소.”

“흐흐, 자네가 귀신일네.”

“주막살이 몇 년만에 사내보는 눈 하나만 키웠구만요.”

“자네가 잡년일쎄. 내 주막에 들어올 때부텀 알아는 보았네만, 말허는 것얼 본깨 진짜 잡년이구만.”

“아무리 잡년일망정 싫은 사내헌테넌 치매끈 안 풀어주요.”

“하먼, 그래야제. 헌디, 내가 어제 기가 맥힌 사내 하나럴 보았네.”

“먼 사내를요?”

틀림없이 서방님 얘기일 것이라고 짐작하며 옹녀 년이 물었다.

“조선비네 정자에서 방사를 허다가 끌려 가 멍석말이에 몽둥이 찜질얼 당헌 사낸디, 물건이 어지간헌 도끼자루만허데.”

“흐흐흐, 아짐씨도 참, 사람 거시기가 어찌 도끼자루만허다요? 그놈으로 맞으면 어지간헌 년언 맞장이 나뿌리겄소.”

“아니, 참말이랑깨. 내가 그래도 주모노릇험서 숱허게 많은 사내럴 만냈제만, 그리 잘난 물건언 첨이었구만.”

주모의 눈이 갑자기 게슴츠레해지면서 얼핏 물기까지 비쳤다. 순간 혹시 서방님하고 주모하고 벌써 아랫녁을 맞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옹녀 년의 뇌리를 스쳐갔다.

“그래서요? 맞촤넌 보았소?”

“손맛만 봤구만. 마누래가 기다린담서 기언시 가뿔데. 어뜨케던 붙잡아 놓고 자근자근 묵을라고 했는디, 마누라 아랫도리에 꿀단지럴 묻어놓고 왔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뿌리드랑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