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87>임자의 미모와 교태라면...
가루지기 <487>임자의 미모와 교태라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27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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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58>

 

“그런 개돼지만도 못헌 놈이 다 있소. 천하에 쥑일 놈이요이. 그 웬수럴 어뜨케 갚으까요?”

“내일 조선비가 동무덜 여나믄 명허고 천렵얼 헌다고 글드만. 주모 말이 나헌테 와서 불도 때주고 잔심바람도 해주면 품삯언 섭섭치 않게 준다고 글든디, 사내 손이 필요허면 계집 손인들 어찌 안 필요허겄는가? 자네가 가서 일얼 거든체끼험서 조선비 그놈얼 홀리란 말일쎄. 그놈이 얼굴언 쥐새끼 상이제만 계집얼 좋아해서 임자의 미모와 교태라면 쉽게 홀릴 수 있을 것이구만.”

“사내 하나 홀리기야 손바닥얼 뒤집는 것보담도 쉽제요. 헌디, 홀린 담에는요? 아예, 고태골로 보내뿌릴까요?”

옹녀 년이 눈을 반짝거렸다.

“고태골로?”

“이녁언 내 말얼 어찌 알아들었소? 나허고 살풀이했던 사내덜이 다덜 고태골로 갔다고 안 했소?”

“그렇다고 고태골로 보낼 것까지 있는가? 허는 행실이 싸가지가 없제만, 목심언 소중헌 것인디. 그놈도 한 세상 살라고 나왔는디.”

“허면 단단히 홀려가지고 줄둥말둥 애간장만 태우끄라우? 그것도 계집 좋아허는 사내헌테넌 큰 고통일 것이요.”

‘일단언 임자가 조선비 놈얼 홀려논 담에 얘기허세. 설마 첫날부텀 아랫도리 맞출 일언 없겄제?“일이 그렇게 풀리면 죽도 밥도 아니라는 생각에 강쇠 놈이 말했다.

“왜라우? 쇠뿔언 단김에 빼랬다고 만나자마자 그놈의 연장얼 이년의 옥방에 가둘수도 있제요.”

“그래뿔면 일언 그르친당깨. 일단언 그놈이 임자한테 단단히 홀리게만 맹글아놓소.”

“흐기사, 생긴 것이 쥐새끼상이면 물건도 션찮헐 것이요. 물건이 션찮헌 놈이면 방사인들 제대로 허겄소? 방사도 제대로 못 허는 놈덜이 꼭 일 끝나면 고태골로 가드랑깨요.”

옹녀 년이 조선비를 홀릴 생각에 벌써부터 흥이 돋는지 연신 생긋 거렸다.

다음날이었다. 하루 저녁 자고나자 온 몸이 더욱 욱신거리는 강쇠 놈이 밥 한 술 뜨고 멀뚱멀뚱 누워있는 것을 보고 옹녀 년이 나들이 차림을 하고 마천 삼거리 주막으로 찾아갔다.

“장국밥 한 그럭 말아주씨요. 탁배기도 있으면 한 병 주고라우.”

마당의 그늘에 내놓은 와상에 엉덩이를 내려놓으며 옹녀 년이 말하자 주모가 저 년이 어떤 년인가? 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찬찬히 살폈다.

“왜라우? 내 얼굴에 똥이라도 묻었소? 아니면 밥값이라도 떼 묵을 사람으로 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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