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86> 진짜로 구름얼 한번 타고 본깨
가루지기 <486> 진짜로 구름얼 한번 타고 본깨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27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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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57>

“살살, 살살 쫌 허소. 그놈언 성해도 다른 디는 많이 어장이 났는갑구만.”

강쇠 놈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했으나, 이미 절반 쯤은 극락문전에 들어있는 계집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다.

“하이고 존 것, 하이고 존 것. 헌디 시방 내가 죽겄소. 존디 죽겄소.”

옹녀 년이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다가 몸을 뒤로 발딱 젖히더니,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됐는가? 어뜨케 반분언 풀렸는가?“

강쇠 놈이 고개를 들고 물었으나, 옹녀 년은 숨만 핵핵거릴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강쇠 놈이 옹녀 년을 옆으로 가만히 끌어내렸다. 그 소드레를 피웠는데도 거시기 놈은 아직도 왕성한 모습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놈아, 죽을 때는 죽은 시늉이라도 허는 것이여. 그래야 니 쥔이 편해.”

강쇠 놈이 얼른 바지를 입고 앉아 옹녀 년의 기색을 살폈다. 계집은 아직도 정신을 놓고 있는 중이었다.

‘잡년도 인자 실퍽헌갑구만. 이년얼 데리고 살라면 한 달에 한 번언 개장국얼 묵어야겄구만. 안 그러면 천하장사인 나도 언제 고태골로 갈지 모르겄구만. 참으로 무선 년이구만이.’

강쇠 놈이 중얼거리는데, 옹녀 년이 눈을 떴다.

“미안시럽소. 서방님이 매럴 맞고 왔는디, 그 염량도 없이 내 욕심만 채왔소. 다 서방님 탓이요. 시방꺼정언 내가 진진한 사내재미럴 모르고 살았는갑소. 진짜로 구름얼 한번 타고 본깨, 자꼬만 타고 싶소.”

그제서야 옹녀 년이 강쇠 놈의 다리도 주물러보고 옆구리도 쓰다듬어 보면서 말했다.

“괜찮구만. 임자가 좋다면 나넌 무조건 좋구만.”

“고맙소. 이녁얼 부처님처럼 받듬서 살리다.”

“내가 아니라 요놈이겄제.”

“서방님 말씸이 옳소.”

옹녀 년이 생긋 웃었다. 스스로도 염치가 없는 모양이었다.

“헌디, 말이여. 내가 혼얼 내줘야 헐 놈이 하나 있는디 말이여. 임자가 쪼깨만 거들어 줄랑가?”

“서방님 일이 내 일인디, 마다할 리가 있소? 내 힘으로 헐 수 있는 일이면 어뜨케던 해야지요. 먼 일이요? 아니, 어떤 놈얼 혼내주면 되겄소? 아까막시 서방님얼 끌고 갔던 놈덜이요?”

옹녀 년이 딱 달라붙었다. 구름을 타게 만들어준 고마움을 그런 식으로라도 갚자고 나오는 수작이 분명했다.

“쩌그 말이시.”

강쇠 놈이 마천의 조선비와 인월 주막의 일에서부터 조금 전 모른체 하더라는 것까지 다 말한 다음에 옹녀 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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