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간판자랑 그만좀 하자
대학 간판자랑 그만좀 하자
  • 소인섭기자
  • 승인 2013.01.24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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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가 오는 29일 가·나군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를 한다. 앞서 전주교대는 25일 합격생을 발표하고 전국 모든 대학의 가군은 이미 발표를 끝냈다.

고등학교는 3년 공들인 수험생을 목표대학에 합격시키고 대학은 우수자원을 확보하는 이른바 가을걷이와 파종이 한창인 셈이다.

합격자가 발표될 즈음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지난 1년간의 노력의 산물인 일명 유명대학 합격자 등 자기자랑에 열을 올린다. 심지어 중학교는 물론 학원들까지 가세해 ‘졸업생 ○○○ 유명대 합격’이란 펼침막을 펴들며 학교자랑, 학원자랑 대열에 합류하곤 한다. 유명대학의 합격생 배출은 고교의 최대 홍보수단이 됨은 두말할 나위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잔치는 상식 있게 하자. 최근 한 입시업체가 201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 지원한 수험생 71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서열과 학과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고려했느냐는 물음에 ‘학과’라고 답한 학생이 44%, ‘대학 서열’은 28%에 머물렀다. 둘 다 동일하게 고려했다는 학생은 19%였다. 그러나 정작 재학중 학생들이 직간접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등록금이나 장학제도, 기숙사, 교통 등 대학들이 지니고 있는 기타 요인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학생은 9%에 그쳤다.

학생들은 간판이 아니라 실리를 택하고 있는 사이 학교와 교사는 소위 ‘SKY’를 1순위에 두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고교의 펼침막만 봐도 수학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야 합격할 수 있는 의·치·한의학 계열보다 ‘인서울 대학교’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꿈을 현실로 바꾼 수험생의 이야길랑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수험생은 대학을 서열로 기준하지 않고 있는데 정작 고교들이 아직도 유명대학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줄을 세우느라 바쁜 것이다.

고교는 수도권대와 지방대를 편 가르고, 지방대를 깎아내리는 일에 앞장선다. 이렇게 되면 학생과 교사의 목표는 어긋나 진로지도는 고교간 싸움판이 되고 만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일치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는다. 어른들의 서열 타령에 변화는 게걸음인 꼴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졸업 후 진로를 고려한 선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이 어른들보다 더 현명한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어른들이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대학캠퍼스에서는 많은 대학생들이 학과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고교에서는 유명대학 합격자 자랑에 열을 올릴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충분한 자기 적성 탐색 기회를 주는데 관심을 기울여 하겠다.

새 정부는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2조∼3조 원의 재정을 신규로 투입한다고 발표해 놓은 상태다.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비율도 의무적으로 30% 이상 높이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새로이 들어설 정부가 앞장서 지방대살리기를 국가정책으로 채택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대 육성 정책은 이미 30년 전에 나왔지만 필기시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지방대생의 취업길은 험난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회전반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지방대생 홀대로 인한 ‘지방대 졸업=청년실업’이란 등식 깨뜨리기에 이제는 학교가,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그래야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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