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와 3포 세대
노인 일자리와 3포 세대
  • 김복현
  • 승인 2013.01.24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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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갈 바를 모르는 노인들이 너무도 많다. 이 중에는 “인생 이모작”을 꿈꾸며 제2의 인생을 도모하는 젊은 노인들도 있고 좌절 속에 방만 지키는 “방콕” 신세로 지내는 노인도 많다. 어느 날 평소 잉꼬부부로 소문 난 부부간의 대화를 엿듣고 새삼 놀랐다.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앞으로 뭘 하면 좋을까?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내는 ‘뭘 하긴 뭘 해요’, ‘무슨 일이든 해야지’ 하고 대꾸를 하는 것이었다. 일을 해야 건강에 좋다는 순수한 의미가 물론 있겠지만. 다시 남편이 말하기를 ‘내가 물어본 게 잘못이지’ 하면서 대화를 중단했다. 정말로 여유있는 노후생활은 TV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얘기일까?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대다수 은퇴 노인들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막말까지 한 판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 노인들은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노인(65세-69세)들이 고용되는 비율은 인구 대비 취업자 수가 41%로 OECD 평균 18.5%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결국,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노인 10명 중 4명이 무슨 일인가를 하기 위해 취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일자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노인도 많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래서 한때 유행가 가사처럼 난무했던 삼팔선(38세 명예퇴직), 사오정(45세 정년퇴임), 오륙도(56세 정년은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일까?

그동안 우리의 생활문화는 부모님 모시고 자식 뒷바라지하는 일이 삶의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따라서 노후준비는 상상도 못했던 생활을 했던 지난날들이었다. 그래서 언론에 비치는 노인 취업박람회장의 모습을 보면 노인들이 일자리 찾으려고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만치 일자리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때 주변에서 너도 나도 자영업 해보자는 분위기에 편승했던 노인들은 십중팔구가 쪽박 신세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빈곤 노인층이 45%로 1위, 그래서 살아가기가 막막해지고 이래저래 생활고에 시달리다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기 일쑤이고 결국 우울증에 걸린 노인들은 자살이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지금 우리나라가 노인 자살률 (10만 명당 81.8명)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번 대선공약에 후보자들도 한목소리로 기초노령연금을 올리겠다고 공약을 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새 정부는 재원조달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젊은 세대가 부담하는 국민연금에 기대를 한다는 소문에 세대갈등 우려도 발생하였다. 노년도 아프고 청년층도 아픈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소위 “3포 세대”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 나라의 미래가 걱정이 되는 것도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가 걸어온 산업화시대 이전만 해도 노후대비는 개인이나 가족이 책임을 져야 했으나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상황이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개인이 알아서 노후 대비를 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다 보면 노인 대부분은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길거리로 나 앉을 것이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나선 것이 노령연금 또는 국민연금이다. 지금 국가에서 국민연금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의무가입을 확대시키고 있다. 일하면서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납부하여 훗날 국가가 생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는 독일이 1889년에 처음 실시하였으며 우리나라는 1988년에 시작되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170여 개 국가가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2060년이 되면 국민연금 재원이 고갈될 것으로 예단 되고 있다. 노인인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그 안전망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노인이 증가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세월이 가면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는 것을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노인인구는 증가하지만 이에 따른 복지 인프라도 열악하고 일자리도 감소하고 있다. 국가는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함이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된다. 노인 일자리도 줄고 퇴직자도 늘어나 국가 재정이 위기상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서 3포 세대에 희망이 보이는 세상이 되기를 그려본다.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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