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모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멀 거들어준다요?”
“개럴 한 마리 잡을 모냥이든디, 개야 잡는 사람이 따로 있응깨, 이녁 손얼 빌릴 것언 없고, 잔심바람도 허고, 국솥에 불도 때주고 말이요. 허면 조선비가 품삯언 섭섭치 않게 줄 것이요. 내가 아직 말얼 안 내서 그렇소만, 조선비가 천렵얼 헌다면 서로 일얼 시켜돌라고 나헌테 사정허는 사람이 많소.”
“허면 그 사람덜 시키씨요. 나넌 개장국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려서 못헌깨요.”
주모의 천렵이라는 말에 저녁에 당한 수모를 갚을 묘책을 생각해 낸 강쇠 놈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왜요? 왜 일어나시오? 소피가 보고 싶으면 요강을 디려주리다.”
“아니요. 집에 가봐야 쓰겄소. 마누래가 찔찔 움서 지달리고 있을 판인디, 내가 멀쩡허다는 걸 보여줘야제요.”
“허면 갔다가 낼 오실라요? 미리 장작도 패놓고 헐라면 일손이 필요헌디.”
“아니요. 나넌 싫소.”
강쇠 놈의 태도가 워낙 완강했기 때문일까. 주모가 멍하니 바라 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쇠 놈이 뒤도 안 돌아보고 주막을 나왔다. 막상 나오기는 했지만 캄캄한 어둠 앞에서 강쇠 놈은 순간 당황했다. 이리저리해서 옹녀와 조선비를 엮자는 생각이 급해 돌아갈 길이 밤길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되돌아 방으로 들어가면 몇 마디 이죽거리기야 하겠지만 주모가 내쫓지는 않을 것이지만, 옹녀 앞에 낯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주모와 아랫녁 송사를 벌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까짓 것,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제. 내가 어디 밤길얼 한 두번 걸었간디.’
입술을 깨물면서 사립을 나서려는데, 주모가 문을 열고 무엇인가 툭 던져 주었다.
“정 가려거든 이 몽둥이라도 들고 가씨요. 내가 미리미리 대비허느라 장만해 둔 것이요.”
“고맙소, 아짐씨. 오널언 그냥 가요만, 내가 수일내로 꼭 다시 들리리다.”
“이녁이 고맙당깨 나도 고맙소.”
주모가 문을 탁 닫았다. 몽둥이를 꽉 움켜쥐고 사립을 나서는데 건너편 산에서 우우우 늑대가 울었다.
‘늑대헌테 물려죽을 팔자였으면 펄쌔 죽었을 것인깨.’
강쇠 놈이 중얼거리며 몽둥이로 길섶의 오리나무를 한번 후려쳤다. 쿵 소리가 건너편 산까지 갔다가 메아리로 돌아왔다.
“괜찮소? 서방님. 어디 어혈진디는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