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인재등용
개혁과 인재등용
  • 황선철
  • 승인 2013.01.22 18: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인사는 지도자에게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인사를 잘 해서 실패한 지도자는 거의 없다. 정부 교체기에 국가 기관의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인사가 망사’가 되어 온 국민이 고통에 빠지는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박 당선인이 이끄는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개혁과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요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책임자들의 성향과 자질이 중요하다. 평생 동안 개혁과 변화와는 다른 길을 걸었던 사람에게 그것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다.

신라 골품제하에서 여자로서 왕이 된 선덕과 진덕여왕은 내외의 불리한 상황에서 가야계 김유신을 중용하였다. 김유신은 서라벌 진골 정통 구세력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였고 훗날 삼국통일의 주역이 되었다. 이는 진덕여왕이 경주가 아닌 변방 가야출신의 김유신을 등용하여 개혁의 주체로 삼음으로써 사회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았던 것이다.

조선 후기의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당시 집권당인 노론과 반대되는 자세를 취하다 노론 강경파의 정치 공세에 밀려 뒤주 속에서 비참하게 죽었다. 정조는 이런 비극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사를 이용하였다. 그는 당시 조정을 노론이 장악한 현실을 감안해 노론 강경파의 김종수와 노론 중도파 윤시동을 적절히 기용에 고립을 피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뜻은 재위 12년에 우의정 남인 채제공과 이가환·정약용을 발탁하여 개혁을 단행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구세력이나 기득권층의 이해에 맞서 개혁을 추진할 때에는 개혁을 자신의 역사관으로 가진 사람을 등용해서 수행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신임 헌법재판소장에 내정된 이동흡 후보자의 자질과 관련한 의혹이나 비위가 양파껍질 벗기듯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친일재산 환수가 위헌이라 했고,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가 합헌이라 했으며, ‘미네르바’를 구속한 전기통신기본법을 합헌이라 했다. 헌법재판관에게는 고도의 전문화와 오랜 경험, 지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자세와 편견 없는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헌재 재판관 중에서도 가장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먼 입장을 지닌 사람이다. 정치적으로 굉장히 편향되어 있고 한마디로 균형감각을 상실한 인물이다.

재판관으로서 심각한 도덕 불감증을 보여 주고 있다. 업무추진비 휴일 집 근처에서 사용, 건강보험료 면제 위해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 6년간 6억 소득으로 6억 예금, 근무일에 해외여행, 재판관에서 퇴직 뒤 창고에 개인 물품 보관, 자동차 홀짝제를 피하기 위한 관용차 추가 배차 요구, 후보자 장남 군 복무 중 휴가 일수 지나치게 과다,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 기부,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에 부모 부조금 등 누락한 사실 등과 지방법원장 재직시 대기업에 송년회 협찬 요구, 고법 부장판사 시절에 여직원에게 법복을 벗기고 입히도록 지시, 법원 직원에게 고속도로 요금소까지 운전시킨 뒤 내리게 한 것 등에 대한 의혹을 보면, 이 후보자는 공직자로서 전혀 자질이 없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흠이 많은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헌재 소장 내정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여론 청취 시스템이 고장이 난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정권 말기가 되었으니 여론을 철저히 무시하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는 없다.

우리는 신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부패와 부조리를 척결하고 불합리한 정책을 과감하게 시정하는 개혁정책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더 신장하고 인간다운 삶이 진정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이 되어야 성공한다. 언로(言路)는 개방되어야 한다. 충언(忠言)은 들으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들을 수 있다.

황선철<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