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81>젖가슴으로 옆구리 비벼
가루지기 <481>젖가슴으로 옆구리 비벼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22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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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52>

“내가 부축해 주리다. 어뜨케던 내 집 꺼정만 가십시다. 집이 어딘가 몰라도 이 밤에 어찌 간다요 근다고 한데서 날얼 샐 수는 없잖소. 일어나 보씨요.”

주모가 강쇠 놈의 한 쪽 팔을 잡아 일으켰다. 강쇠 놈이 아이구구, 나 죽겄다, 비명을 지르며 겨우 일어나 주모의 어깨에 팔 한 쪽을 걸쳤다.

“긍깨, 멀라고 조씨덜 정자에서 살풀이 판을 벌였소. 내가 진즉에 알아보고 귀띰얼 해줄 것인디, 조씨덜이 그 정자럴 조상님 셈기드끼 안 셈기요. 실상 일년에 잘 해야 열 번이나 쓸까말까험서도 딴 사람이 올라가면 질겁얼 헌다요. 같은 양반네라도 거그서 술이라도 한 잔 묵을라면 조선비헌테 허락얼 맡아야 허는디, 순전히 상것이 거그서 살풀이판얼 벌였으니, 가만히 있겄소? 목심얼 부지헌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씨요.”

‘누가 그걸 알았간디요? 오다가다 정자가 있으면 나그네가 잠시잠깐 쉬었다가기도 허는딘 줄 알았제요. 그나저나 조선비네 아덜이 인간말종입디다이, 은혜럴 원수로 갚는 천하의 개잡놈입디다이.“

“조한량말씸이요? 양반얼 두고 상것이 그리 말해도 괜찮겄소? 낮말언 새가 듣고 밤말언 쥐가 듣는다고 했는디, 이녁이 조한량얼 욕했다는 말이 그 양반 귀에 들어가면 멍석말이로 끝나지넌 안헐 것이요.”

“주모가 이르기라도 헐라요?”

강쇠 놈이 조선비의 뻔뻔스런 낯짝을 떠올리며 침을 찍 내갈겼다.

“아무러면 내가 이르기야허겄소만, 조선비가 은혜럴 원수로 갚다니요? 그 사람얼 만낸 일이 있소?”

주모가 딱 달라붙으며 물었다.

무심결에 그러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지 젖가슴으로 옆구리를 비비는 통에 물컹한 살덩이의 야릇한 느낌에 사타구니 사이의 거시기 놈이 슬며시 기척을 냈다.

‘이놈아, 침흘리지 말어. 시방언 쎄려쥑인대도 니눔 호강시키고 싶은 맴이 없응깨.’

강쇠 놈이 주먹으로 놈을 툭 치며 중얼거렸다.

“왜요? 연장도 다쳤소?”

주모가 알아채고 은근히 물었다.

“연장이사 다쳤겄소. 거그넌 괜찮헌깨 염려놓으시요.”

“누가 염려헌다고 그러시요? 넘의 여편네 연장이 다쳤건 말았건 나허고 먼 상관이 있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주모가 젖가슴을 사내의 옆구리에 썩썩 비벼댔다. 숨까지 씩씩 대는 꼴이 아무래도 주막에 들자마자 바지부터 벗기고 들 낌새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은 안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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