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담자의 반문
어떤 상담자의 반문
  • 문창룡
  • 승인 2013.01.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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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힐링 콘서트에 패널로 참가했었다.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인터넷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만나야 한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청소년들의 경우가 더욱 심각하다. 그들을 일선에서 돕는 상담자들을 위한 콘서트 자리였다. 사례발표를 들으면서 상담활동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패널들은 청소년들의 상담에 필요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면서 유익한 정보들을 나누었다. 나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누구를 막론하고 외로움은 중요한 문제다. 외로움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 사람도 있다. 불후의 명곡과 명화, 문학 작품 등의 뒷이야기를 듣다보면 모두가 외로움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의지력과 자신의 환경을 거론하면서 각각의 외로움에 대한 극복 사례와 상처를 말하곤 한다.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올바르게 관계 맺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나는 경청(敬聽)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은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다. 대화하는 상대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만이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힘을 가진 사람의 강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간다. 잘 듣고 제대로 말하는데 관계가 나빠질 리가 없다.

특히 가족 간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가족의 갈등에서 생겨난 외로움의 깊이는 밑이 없는 항아리와 같은 것이다. 아무리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에 무엇인가를 담는 일은 무모한 짓이다. 하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의 문제에서 만큼은 그것이 밑 빠진 항아리임을 알면서도 무엇인가로 채우려 한다. 그러기에 더욱 갈증이 나고 외로움의 골은 깊어진다.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다보면 그 속에서 구구절절 애틋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봄에 눈이 녹아내리듯 풀리지 않을 문제가 거의 없다.

저녁식사 장소에서 힐링 상담 콘서트에 참가했던 한 상담자는 내 이야기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 왔다. 자신이 상담하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이미 마음을 닫아 버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듣는 것보다는 무엇이건 간에 말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상담자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마음을 닫은 아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안 듣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귀담아 듣고 있다. 그들은 더욱 솔직하고 인간적인 이야기에만 반응할 뿐이다. 그 상담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듣기 편한 음성과 나지막한 어조로 자신의 실패담이나 진솔한 고민들을 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진심을 다해 한번 시도 해보면 아이들이 즉각 반응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아이들의 외로움이 발견되면 상담자가 해결책을 찾아주려 하는 것보다는 아이 스스로 해결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성숙한 상담방법이다. 그것의 출발점은 서로 귀담아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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