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478> 정자에서 방사라도 했다요?
가루지기<478> 정자에서 방사라도 했다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21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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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49>

사내들이 강쇠 놈의 팔을 양 쪽에서 잡고 걸음을 옮겼다. 옹녀라도 도망을 쳤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강쇠 놈이 한참을 끌려갔을 때였다. 낮의 주막이 나왔고, 주모가 무슨 일인가하고, 등불을 들고 나와 서서 구경을 했다.

“아니, 아자씨는 낮에 왔던 그 아자씨가 아니요?”

주모가 강쇠 놈을 알아보고 한 마디 했다.

“조진사 어르신네 정자를 더럽힌 놈인디, 주모 아짐씨가 어찌 안다요?”

“내 집 손님이었소. 헌디, 정자를 어뜨케 더럽혔다요? 정자에서 방사라도 했다요?”

“주모가 귀신이네. 정자 서까래가 무너져라고 방사럴 했다네.”

“젊은 사람들이 모처럼 흥이 났었는개빈디, 어지간허면 봐주씨요. 내가 너비아니에다 술 한 상 내리다.”

“주모 말대로 봐주고 싶어도 그럴 처지가 아니라네. 인월 나들이 나가셨다가 오시던 진사 어르신한테 용코로 걸렸다네.”

사내의 말에 주모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일얼 어쩐다냐? 빼도 박도 못허게 생겼구만이. 멍석말림언 받아논 밥상이구만. 몽둥이로 치드래도 시늉으로만 치씨요. 내가 은공언 꼭 갚으리다.”

주모의 말에 사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돌아보았다.

“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일쎄. 주모가 이놈얼 언제 봤다고 편을 들고 나서는가? 혹시 이놈허고 아랫녁이라도 맞춘 것 아녀?”

“아직언 안 맞?고, 마촤볼라고 허는 중이요. 긍깨, 몽둥이로 치드래도 아랫녁언 조심험서 치씨요이.”

“알았네. 그동안 주모 인심이 후했으니, 우리도 사정을 봐줌세. 가자, 이눔아, 네 놈이 보살님얼 만냈니라.”

사내 하나가 발길로 강쇠 놈의 엉덩이를 후려찼다. 그런데 그 발길질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봐주느라고 시늉으로 차는 발길질이 아니었다. 감정을 잔뜩 실은 발차기였다. 그것도 뒷구녕을 정통으로 차는 통에 창자 속까지 쏙쏙 아렸다.

‘씨부랄 놈, 주모아짐씨한테 찝적거리다가 무시럴 당했는갑만. 주모같이 사내 좋아하는 여자가 천대를 했으면 니눔 아랫녁언 안 봐도 뻔허구나. 아랫녁이 부실헌 놈덜이 꼭 심술이 많당깨.’

강쇠 놈이 중얼거리며 발길 한 대라도 더 맞기 전에 제 놈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이 일얼 어쩌꼬이, 하는 주모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으나 강쇠 놈이 일부러 돌아보지 않았다. 자칫 돌아보았다가는 아랫녁이 부실한 사내놈한테 발길질이나 당하기 십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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