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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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숙
  • 승인 2013.01.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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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종영된 SBS 연속극 「드라마의 제왕」 8회 40분 즈음에 작가 초년생인 이고은이 당대의 톱스타인 성민아가 요구하는 대본 수정에 대해서 작가의 뚝심을 갖고 톱스타를 만나 “대본수정은 없다”라고 통보하고 나오는 길에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는 제작사 대표 앤서니 김을 만난다.

풋내기 작가 이고은과 소주를 마시고 있는 앤서니 김의 대화

“소주도 마실 줄 알아요?”

“성민아를 만나고 온 투쟁의 결과는?”

“대본 수정은 없을 거예요. 성민아는 내일 대본리딩에도 제작발표에도 참석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꼭 참석할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죠?”

“성민아는 프로니까. 프로는 자기 작품에 무한한 책임감을 가져.”

“책임감 있는 프로라는 것이 자기 잇속만 챙기는 건가요?”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실수를 해. 그러나 아마는 세상 탓을 하고 프로는 여유를 가지고 자기를 돌아보지”

“여유는 무슨?”

“그래. 너 같은 아마는 감히 생각도 못할 여유를 프로는 갖고 있지.” 소주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앤서니 김이 말한다.

집에 돌아온 이고은 작가, 대본을 꺼내 보면서 “첫 장부터 너무 주제의식의 과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성민아를 떠올린다. 자기작품에 대한 톱스타의 충격적인 문제 지적에 대해 처음에는 뚝심 있게 자기주장을 하였으나, 앤서니 김의 말을 심각하게 떠올리며 여유를 갖고 다시 대본을 보니 톱스타 성민아의 지적에 동의가 된다.

풋내기 아마추어 작가 이고은이 프로로 첫발을 내딛는 장면이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앤서니 김은 “수준 낮은 드라마는 참아도 돈이 안 되는 드라마는 절대 참을 수 없다”, “드라마를 위해서는 아버지도 버려야 한다.”라는 독설을 외치면서 성공을 위해 승승장구 질주하다가 배신과 실직 그리고 파산 등 처절한 아픔을 겪으면서 진정한 프로 드라마 제작자로 발전해 가는 인물상이다.

그는 가난하고 힘든 자신의 과거를 통째로 자기 인생에서 도려내고자 본명 김봉달 대신 앤서니 김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성공을 위해 욕망을 갖고 올 인하는 인물이다.

가난과 선천적 장애를 가진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자기의 태생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기의 과거를 부정하면서 우울증에 시달린다. 하지만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실수를 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세상 탓을 하지만, 프로는 여유를 가지고 자기를 돌아본다. 아마추어는 감히 생각도 못할 여유를 프로는 갖고 있다.”고 명쾌하게 말하는 그는 이미 프로가 되어 있었다.

과거 없는 현재가 없고 실수 없는 성공이 없다. 인생에서 부끄럽거나 도려내고 싶은 과거를 고백하고 인정할 때 과거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이해가 있을 때 잘못이 보이고 애잔한 삶의 고통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변하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거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도약의 계기가 될 것 같다.

작게는 나로부터 크게는 조직과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일제 강점기,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겼던 많은 인권유린 등의 과오 그리고 지난 대선 후의 모습 등 지금도 주위에서 유사한 사례를 왕왕 접하게 된다. 실패한 사람일수록 실패한 조직일수록 남의 탓으로 돌리는 아마추어에 다름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서 아마추어로 보다는 프로로 살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살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간극이 좁을수록 하는 일이 재미있고 행복하지만, 간극이 클수록 불만과 불평이 많고 세상 탓을 하고 행복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과거를 부정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있고, 매사에 불만과 불평만 하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나만 잘났다고 우기는 아마추어 사고방식은 자신을 불행하게 할 뿐이다.

우리 모두 남의 탓을 일삼지 않는 프로가 되어보자.

나에게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나의 실수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내가 속한 조직을 사랑하고 작은 성과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로가 되어보자.

실패와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프로는 자기와 조직에 대한 사랑과 용기가 있으며, 하고 있는 일과 나와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조직과 국가의 명예를 중시할 것 같다.

서정숙 / 기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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