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고유성과 장소의 질
한옥마을 고유성과 장소의 질
  • 김동영
  • 승인 2013.01.17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한옥마을 건축물 중 상업시설은 20.9%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상업시설은 주거시설을 침해하면서 한옥마을을 종합적 생활공간에서 단순한 상업공간으로 만든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경기전 앞의 파리바게트와 태조로의 놀부보쌈은 한옥마을의 상업화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계기가 되었다. 파리바게트와 놀부보쌈이 이전의 한옥마을 상업시설과 다른 이유는 프랜차이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업체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기도 한 고유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장소의 고유성은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경관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경험 등이 결합한 종합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주한옥마을은 현대적 건축물과 대비되는 전통적 한옥군, 패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비되는 슬로우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현대적 모던함과 대비되는 역사적 전통성 등이 결합한 전통적 공간이라는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관광객들은 한옥마을에 오면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고즈넉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한옥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맛과 멋을 느끼기를 원한다. 그런데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한옥마을에 즐비하다면 건물만 한옥이고 내용은 현대적 도시와 다를 바 없는 껍데기 한옥마을에 누가 오고 싶겠는가. 고유성이 사라진 장소는 매력을 잃게 마련이고, 매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한옥마을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전통적 경관을 보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마을만들기로 유명한 일본 나가노현 쯔마고마을은 “팔지 않고, 빌려주지 않으며, 부수지 않는다”는 슬로건이 있다. 이들이 이런 슬로건을 만든 이유는 마을의 물리적 고유성인 전통적 경관을 단순한 물리적 경관이 아닌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정신까지를 포함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이 마을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전주시는 이미 10년 전부터 한옥에 대한 규제와 지원을 위한 법률적 토대를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한옥마을에 새롭게 이주해온 대부분의 사람은 조례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주거와 상업에 필요한 국적불명의 한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결국, 이것은 한옥이라는 물리적 경관을 지키는 효과는 있지만 과거의 삶과 괴리된 인공적 한옥경관이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해치게 된다. 이제는 한옥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주체적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삶과 한옥이 괴리되지 않은 전통적 경관을 주민 스스로 지켜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한옥마을주민들이 스스로 “한옥마을 떠나지 않기, 전통적 생활양식 지키기, 한옥건물 허물지 않기” 등의 내용이 담긴 ‘한옥마을 주민 선언문’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과 같은 주민운동이 필요하다.

한옥마을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두 번째 전략은 전통적 라이프스타일을 지키는 것이다. 다양성은 어느 분야에서나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는 전제조건이다. 특히,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집단적 정체성과 지역성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한 유네스코는 고유한 지역의 문화를 매개로 도시를 활성화는 전략으로 유네스코창의도시를 지정하고 있으며, 전주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지정되어 있다. 슬로시티협회는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화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도시를 슬로시티로 지정하고 있으며, 한옥마을은 2010년 국제슬로시티에 지정된 바 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면, 이제는 한옥마을만의 고유한 삶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한옥마을의 전통적 라이프스타일이 전통적 생활방식과 전통적 맛 및 전통적 상품 등으로 구체화된다고 할 때, 향교에서 한복과 갓을 쓰고 학생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훈장선생님과 같이 전통적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어르신들을 한옥마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슬로시티로 유명한 이탈리아 슬로푸드협회가 지역의 식당을 평가해 슬로푸드 인증마크인 달팽이 마크를 부여하는 것과 같이 한옥마을도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를 쓰고 전통적 조리방식을 고수하는 음식점에 대해 슬로푸드 업체로 인증해주는 한옥마을 슬로푸드 인증제도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주민이 스스로 한옥마을의 고유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며, 시민이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주스타일을 만들어보자.

김동영<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